얼마 전 영화 <러브레터>를 다시 봤다. 일본에서는 1995년 개봉했으니 20년도 넘은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999~2000년 사이 개봉되면서 화제를 모았었다.
당시 일본문화 수입규제가 있었던 시절이어서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이 작품을 접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작중 나오는 '오겡끼데쓰까'라는 장면은 그때도 화제가 됐었고, '오뎅'과 연관한 개그도 많았었다.
영화는 히로코라는 여자가 등산 중 사망한 이츠키라는 남자를 그리워하다가 그와 동명이인이자 중학교 같은 반이었던 여자 이츠키와 편지를 통해 남자 이츠키와의 추억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카야마 미호가 1인2역을 하는지 모르고 보다가 막판에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었다. 일면식도 없는 두 여성이 편지교류를 하면서 한 명은 떠나간 옛사랑의 몰랐던 학창시절에 대해 알게 되고, 다른 한 명은 동명이인으로 얽힌 당시에는 유쾌하지 않았지만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히로코에 감정이입이 됐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심정이 느껴졌고, 절제됐던 감정이 조난을 당했던 그 산에 이르자 '오겡끼데쓰까'라는 외침으로 발현됐기 때문이다.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외치는데 그만큼 그리워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런데 점점 보면서 사랑의 아픔보다 추억의 공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츠키(男)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명은 그와의 추억을 행복하게 떠올렸고, 다른 한 명은 그를 그리워하고, 자신은 몰랐던 그의 학창시절을 알아갔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토토가' 등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 현실이 어려워서 그런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나도 러브레터가 개봉했던 1995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고 응칠, 응사, 토토가 시절 중-고딩이었다.
당시에는 대학 입시라는 부담감, 꽉 짜여진 학교생활에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좋았고 즐거웠던 추억들이 많았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해 점심시간에 농구, 축구를 즐겨했고 중학교때는 체육대회 올스타전에 주전으로 참가하기도 할 정도였다.
1998년쯤 나왔던 스타크래프트 열풍에 친구들끼리 피씨방에도 가고, 오락실, 만화방에도 가고, 같이 야간자율학습 하기 전에 분식집에 같이 갔던 기억들도 떠오른다.
나는 워크맨에 길거리 노점상에서 파는 이른바 '리믹스' 테이프를 자주 들었는데, 당시 아이돌 스타들이 나하고 나이차도 별로 안 나서 내 또래를 응원했던 그런 기억도 난다. 생각해보니 즐거웠고 유쾌한 추억들이다.
당시에는 수능이, 중간-기말고사 준비가 그렇게 부담이 됐었는데, 그 당시 학창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나름 즐거웠다는 생각이 든다.
러브레터를 영화관에서 봤는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왔다. 아무래도 학창시절 과거를 추억을 생각할 수 있는 데다가, 일본의 겨울 풍경과 그에 어울리는 배경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어우러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