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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Feb 06. 2016

"100% 다 보여주면 안돼"

대략 3~4년 전 일이다. 당시 회사 생활의 거의 유일한 즐거움은 회사 선배 한 분과 점심 식사 후 같이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때 나와 그 선배는 '우유 속의 모카치노' 등 커피우유를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이 그 선배 말고는 없어서 그때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선배가 나한테 명함을 주는 것이다. 명함을 보니까 필명을 사용하면서 작가(?)로 활동하시는데, 검색해보니 그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분이었다. 


그 선배는 나한테

"회사에 내가 이곳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돼, 그러면 그 회사는 공짜로 내 역량을 써먹으려고 할 거야.  회사생활하면서 나의 100%를 보여줘서는 안돼. 분명히 이용해먹으려는 사람이 꼭 있어" 


라면서 신신당부를 하셨다. 


실제로 당시 업무를 보면 다른 선배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설득에 50% 가격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었다. 그 선배한테 이 사례를 귀띰해줬더니 "거봐, 내 말이 맞잖아." 하는 거였다. 


이런 대화를 하고 나서 '역시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분의 탁월한 통찰이자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라고 감탄했었다. 


아마 그 사실이 알려졌다면 그 선배는 추가적인 보수를 받지 못한 채 작가로서의 능력까지 요구받으면서 업무량만 늘어났을 가능성이 한 90% 이상 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 퇴사할 때까지 그 사실을 함구했다. 



실제로 어떤 능력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무료 또는 아주 싼 값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군생활 시절, 나보다 1달 선임은 강남의 유명한 헤어숍에 근무하다가 입대했었다. 그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선배는 전역하기 전까지 군 간부는 물론 휴가자, 선임들의 이발을 도맡아 해야 했다. 그렇다고 정당한 보수가 지급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작업시간에 빠지는 것도 아니었다. 쉬는 시간 줄곧 불려 나갔다. 


그 외에 용접 잘하는 사람, 제초작업 잘하는 사람 등등은 전가의 보도처럼 차출되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당연히 그 작업에는 그 사람을 동원하는 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군대 가서 중간만 해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100%를 다하지 말라는 게 부모한테 효도를, 연인한테 사랑을, 업무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100%를 다해야 하며, 그래도 모자르다. 


다만 자신만의 통찰로 앞을 한 수, 두 수, 아니 열 수 이상 내다보고 내가 100%를 보였을 때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경우 자신의 능력을 감춰 마수(?)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생의 지혜이자 현명삶을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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