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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Feb 28. 2016

"취업 못해서 졸업식 안가요"

요즘 졸업식 시즌이다. 얼마 전 회사에서 신입직원이 졸업식이 있다는 말을 듣고(대학인지 대학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요즘 졸업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취업난이 심해지다보니까 대학 졸업식에서도 취업 여부에 따라, 대기업 등 좋은 직장에 취업했느냐에 따라 졸업식 참석 여부도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대학 졸업할 때를 생각해보면 나도 취업을 하지 못한 탓에 졸업식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취업 못해서 졸업식 안가요"라고 말하는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 자신이 마치 '루저'(패배자) 처럼 굉장히 초라하게 느껴졌고 졸업식에 가고 싶은 생각도, 아니 그걸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 시간이 있다면 (어차피 떨어지겠지만) 자소서 쓰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다. 


계속되는 서류 광탈은 그나마 있던 자신감도 떨어졌고 취업이라는 결과물이 없다 보니 대학생활을 헛되게 했다는 자책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졸업식에서 취업에 성공한 '승리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나마 부여잡고 있던 내 멘탈이 나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튼 구직에 짓눌리고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면 온갖 생각이 다 머리 속을 스쳐지나 간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금 졸업생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대학 졸업식은 취업한 자들이 자축하는 행사이고 미취업자들은 '들러리', '패배자'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참석했다. 왜냐하면 1학기를 제외하고 부모님께서 대학 등록금을 주셨는데, 부모님이 졸업식에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몇 번 장학금이라도 받았으면 좀 큰소리 치면서 안 간다고 했을 텐데, 그런 상황은 아니어서 부모님께 감사함을 표현하는 차원에서 갔던 것이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근처 중국집에서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이 다소 나아졌지만 내가 취업한 상태였다면 더 기뻤을 거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런데 졸업한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서 돌아보면 그때 취업 유무는 굉장히 절실하고 중요하지만 또 그게 끝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서 얼마든지 그때의 성공은 여러 상황과 본인의 노력에 의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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