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님은 주인이니까 안 물지"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회식하고 밤 10시쯤 집에 왔는데 몸이 찌뿌둥해서 동네 공원에 운동을 하러 갔다.
그 날은 날씨가 추워서 운동하러 나온 사람이 몇 없었다.
추운 날씨 조깅하는데 갑자기 어느 승합차가 오더니 나한테
"혹시 검은색 큰 개 못 보셨어요?"라고 묻는 것이다.
나는 본 적이 없었기에 못 봤다고 대답하고 내 갈길 가는데, 아무도 없는 그 길에 마치 곰이 연상되는 거대한 체구에 두툼한 털이 있는 개가 내 앞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영화 <레버넌트>가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아뿔싸, 아까 그 큰 개가 저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금이 저린 것이다. 그냥 일반 동네 똥개가 아니라 그야말로 거구의 개였고, 그 개가 나를 공격한다면 내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없을 정도였다.
과거 어렸을 때 개가 무섭다고 도망가면 더 쫓아오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내 갈 길을 갔다. 솔직히 도망간 다도 해도 그 개가 추격해오면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
하여튼 점점 그 개와 나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고, 나는 그 개님(?)의 관대함, 개님의 자비, 개님의 처분 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개님께서는 나에 대한 별 관심이 없었고 풀밭으로 가서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개님이 언제 변심(?)할지 모르기 때문에 무슨 군대 침투 훈련도 아니고 기도 비닉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주경계를 하며 개님의 동태, 이상행동 여부를 판단하면서 집으로 복귀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싹 가시고, 오직 집에 무사복귀를 하는 게 당시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간혹 공공장소에서 사람이 개한테 물리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중에 상당 부분은 개 주인의 부주의가 크다.
특히 큰 개는 위험성이 큰 데 일부 개 주인들은 그 위험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하는데
그건 너님은 주인이니까 그런 거고, 나님은 주인이 아니잖아 이런 대답을 꼭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