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기자실에 있다 보면 출산 휴가에서 복귀한 여기자 선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금융이나 증권 분야의 경우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가 쏟아지고 변화도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그 선배들의 통화를 듣다 보면(옆자리에 있으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게 된다) 출산휴가 공백 기간 동안 현장 감각이 잃은 것에 대한 걱정, 그동안 쌓아왔던 홍보팀 인맥들의 이동하면서 새롭게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 전 아침에 출근했는데 타 매체 선배 기자가 통화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보게 됐다.
그 선배는 업계에서도 유명하고 굉장히 자신감 있고 당차다는 평가가 있어서 매우 의외였다. 솔직히 왜 그런가 궁금할 정도였다.
아침에는 기자들도 별로 없고 자리도 근처여서 통화가 어렴풋이 들렸는데 자녀에게 아침을 해주지 못하고 나온 것에 대해 자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통화를 하는 누군가에게 자녀들에게 밥을 꼭 먹여달라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계속 흐느끼는 것이었다.
얼마 전 기자라는 직업은 소개팅 시장에서도 인기가 없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연봉 차이가 많이 난다. 조중동이나 공중파 3사 같은 메이저 매체의 경우 업계에서는 매우 높은 연봉 수준이지만 삼성전자, 현대차와 비교하면 꽤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직업적으로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된 직업도 아니다.
게다가 자기 시간을 갖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담당 출입처의 급한 기사가 나오면 바로 대응을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저녁 또는 밤에 중요한 자료가 배포되는 경우가 있는데 데이트 도중 메일 체크를 하다가 정작 데이트에 집중하지 못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술자리 약속, 갑자기 발생한 사건 등으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선배들을 봐왔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기자한테 출퇴근이 어딨어."
이게 기자들의 고충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문장인 것 같다. (이걸 야근수당을 주지 않거나 휴가를 주지 않는 걸로 악용하는 악덕 대표도 있었다. ㅎㅎ)
본문으로 돌아와서 내가 그 선배 기자의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울음을 터뜨리면서 미안하다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일 같지 않은 동병상련의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