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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Jun 12. 2016

왜 일이 터지고 나서야 후회할까?

지난주 토요일(6월 4일)에 있었던 일이다. 잇몸치료를 받는데 사랑니를 발치해야 한다고 해서 발치까지 했다. 의사 선생님은 당분간 술, 담배를 하면 안 되고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병원을 나오기 전에 안내 데스크에서는 유의사항이 적힌 유인물을 받고 나왔다.




그날 저녁 친구와 약속이 있었고 소주 1병을 시킨 후 나는 딱 3잔만 마시고 친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음료수를 마셨다. 침을 뱉으면 피가 나오는데 하루 이틀 정도 피가 나올 수 있고 그러면 삼키라고 해서 삼켰다. 

문제는 내가 잠이 들면서 발생했다.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뭔가 축축한 게 느껴져서 잠이 깼다. 그런데 그 광경을 보고 나서 그야말로 잠이 확 깨는 것이었다. 


'자다가 침을 흘렸나' 했는데 이불과 베개에 피가 흥건한 것이다. 마치 무슨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마치 살인사건 현장에 온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게다가 피가 입 안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야 좀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때는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니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 그날 나는 2시간 동안 지혈을 해야 하는데 점심 먹어야 된다고 1시간 20분 정도 돼서 입 안에 물고 있던 걸 뺐다. 게다가 운동을 했고 온수 샤워를 한 데다가 소량이지만 음주를 했다. 


생각해보니까 하지 말라는 건 다 한 거였다. 유의사항을 보니 술, 담배는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구까지 있었다.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한건 빨대로 흡입하지 말라는 거였다.)

멀쩡할 때는 절실(?)하게 들리지 않았는데 막상 일이 빵 터지니까 그제야 정신이 드는 것이다. 




그 경험을 한 후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드는데, 워낙에 임팩트가 있는 사건을 겪다 보니 내 마음이 좀 겸손해진 것 같다. 

미리 조심했으면 이런 위험도 없었을 텐데, 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후회를 하는지 모르겠다. 큰 교훈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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