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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May 03. 2016

영화 해어화-이별에는 예의가 있어야...

지난주 영화 <해어화>를 봤다. 개인적으로 천우희라는 배우를 <한공주> 이후 눈여겨보고 있고, 한효주나  유연석 등 젊은 배우들이 등장해서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전통 의상 등이 인상적인데, 영화 OST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아래에는 영화 스포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사람의 감정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때로는 그로 인해 가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연인의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주인공들 모두 파국을 치닫게 된다. 발단은 사소했지만 결과는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한효주(소율)와 천우희(연희)는 둘도 없는 친구이며, 기생학교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다. 소율의 남친은 유연석(윤우)이며, 가명으로 활동하지만 재능 있는 작곡가이다.


그런데 점점 소율이 초라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소율과 연희의 워너비였던 국내 최고의 여가수가 공연에서 자신이 한 젊은 아가씨의 노래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다들 소율을 쳐다보고 소율도 잔뜩 기대하지만 뜻밖에도 연희가 지목돼서 노래를 부른다.


윤우는 일제 치하의 현실에서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려고 하고 소율을 낙점한다. 그러나 그 무대에서 연희의 노래를 듣고 연희를 낙점한다.


그리고 연희는 기생이 아닌 대중가수로 성장을 하면서 유명해진다. 소율은 자신이 조금 초라하지만 친구의 성공을 축하해주지만 문제는 윤우와 연희가 가까워졌고 연인 사이로 발전하면서 심각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친구의 성공과 자신의 처지가 대비되고 연인이 친구한테 마음이 간다는 불안감을 겨우 꾹 누르고 있던 차에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건 감정에 완전 불을 지르는 그것이었다. 


결국 소율은 총독부 경무국장의 애첩이 되면서 권세를 등에 업고 복수를 시작하면서 파멸로 치닫게 된다.



영화는 소율의 입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관객들은 소율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원래 소율에게는 연인과 노래, 가수의 꿈이 있었으나 졸지에 친구 연희에게 다 뺏기는 상황이 된다. 소율의 심리에 이상징후가 있었으나 연인이었던 윤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연희도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듯하다.


원래 화를 잘 안내는 착한 사람이 한 번 화나면 정말 무섭듯이, 순수했던 연희가 복수를 시작하지 정말 무섭게 한다. 권세를 이용해 연희가 녹음했던 앨범 <조선의 마음>은 심의가 나지 않아 발매 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나비효과가 일어나면서 상심한 윤우가 일본군을 폭행하면서 감옥에 가게 되고, 연희도 우여곡절 끝에 일본군에 죽게 되고, 윤우도 자살을 하게 된다. 연인과 친구에게 배신당했던 마음에 복수를 했는데, 그들의 잘못 보다 훨씬 큰 후폭풍이 불었다.


결과적으로 한 여인의 마음에 상처를 준 대가는 컸고 이별에도 예의가 있었다면 이 같은 파국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랬으면 영화 스토리 전개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사람의 감정이란  미묘하면서도 중요하다. 



이 영화를 보고 '안타까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장 큰 안타까움은 파국으로 향한 주인공들의 운명이다. 다들 재능이 뛰어난 젊은이들이었지만 그 능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또한 윤우가 연인을 배신한 잘못은 있지만 앨범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노래를 통해 위안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영화 측면에서도 안타까움이 있었다. 좋은 배우, 좋은 연기력, 좋은 소재가 있었고 영화 초반 굉장히 생동감이 있었는데 삼각관계 치정극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연출 상 디테일도 아쉬웠다. 윤우가 소율에서 연희로 감정이 옮겨가는 건 영화의 흐름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여기에 대한 묘사가 별로 없다 보니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영화가 흥행을 하지 못하고 손익 분기점 300만 명에 훨씬 미치지 못한 40만 명 수준에 그친 건 이런 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주인공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 또 무엇보다도 한효주, 천우희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당시 전통의상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p.s 얼마전 이 영화를 주제로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역시나 참석자들 모두 소율의 입장에 빙의(?) 했는데 대화 내용을 알고 싶은 분은 팟캐스트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http://www.podbbang.com/ch/1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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