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봤던 영화 중에 <곡성>은 나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작품이다. 영화의 결말은 물론 각종 복선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의는 영화의 매력을 높여주는 그것이었다. 영화에 대한 스토리나 논쟁은 상당히 진행됐고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아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유행어는 그야말로 "뭣이 중한디, 뭣이 중허냐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는 것은 그야말로 매우 중요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살인사건이 나서 출동하라는 전화를 받고도 장모가 밥 먹고 가라는 말에 밥을 먹기도 하고, 사건이 났는데 딸 하고 다른 곳에 있기도 한다. 주인공의 우유부단한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모르는 걸 묘사했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영화 막판 일광과 무명의 말 중 누구의 말이 더 중요한지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을 한 것도 '뭣이 중한지'를 몰랐던 선택이었다. (물론 닭이 3번 울고 갔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결코 최선이 아니었다고 본다.)
과거 필름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코닥, 폴더폰 시절 잘 나갔던 모토로라, LG 등 유명 기업의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분명 그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이라는 향후 트렌드를 놓치면서, 즉 앞으로 뭣이 중한지를 모르면서 변화의 시기에 뒤쳐지게 됐다. 워낙에 변화의 흐름이 빠르다 보니 오늘의 1등 기업이 내일의 꼴등 기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언론계의 경우도 앞으로의 먹거리는 무엇인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각 매체마다 고민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신문 구독률이 떨어지고 스마트폰 등 SNS를 통한 뉴스 소비가 많아지는 등 기본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언론사마다 향후 대응방안을 다르겠지만 기존의 언론사의 일방적인 어젠다 선점과 이슈 파이팅에서 벗어나 독자들을 위한 기사, 깊이 있고 취재력이 담긴 그런 기사로 생존을 모색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쟁력을 갖춘 매체, 기자들이 앞으로 살아남을 걸로 예상된다.
우리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간혹 '바빠야 할 때 한가하고, 좀 여유 있게 해야 할 때 혼자 바쁜' 사람들을 보며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답답해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중요한 건 놔두고 지엽적인 부분에만 붙잡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랬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걸 할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뭐가 중요한 지 알아야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지 않겠는가. 영화 곡성에서 등장하는 '뭣이 중한디'는 한 순간의 유행어 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싶다.
p.s '영화 속에서 일상을 보다'라는 측면에서 브런치를 작성했는데, 곡성을 보고 나서 정말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가 궁금해서 나누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왠만한 리뷰는 다 본 것 같다.)
영화 관련 내용은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11341 에서 다뤘는데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 번 들으셔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