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seilleu Jul 15. 2016

영화 <데몰리션> "나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영화 <데몰리션>은 정말로 친절하지 않은 영화다. 그야말로 제목에 충실하게 무언가를 '파괴'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흥행을 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솔직히 추천하기 망설여지기는 한데, 내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생각할 점은 느껴졌다.

(아래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내와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사고가 나서 아내는 죽고 자신은 살았는데, 이후 무언가를 '파괴'를 하면서 자아성찰을 하는 내용이다. 제목답게 영화 내내 계속 부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루하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주인공은 아내가 죽었음에도 슬프지 않고 담담한 자신에 화가 났고, 공허한 마음에 고객불만 편지에 자신의 하소연을 썼는데 이를 계기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아내가 자신과 보다 소통하기를 원했지만 무심하게 넘어갔던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결국 파괴를 멈추고 회복에 이른다.



영화를 보면서 '파괴'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학 선배의 한 마디가 떠올랐다.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나 자신을 파괴하게 된다. 그러나 절대 자신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솔직히 그 선배는 성격도 활발했고, 유머감각이 있었고 학점도 좋았고 외모도 수려했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등 그야말로 잘 나갔다. 그래서 그 선배만큼은 큰 어려움 없이 취업할 줄 알았다. 그 선배는 결국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갔지만 많은 실패를 겪었고, 나한테도 경험이 담긴 조언을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취업 과정에 있어 자신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른 선배는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나서 세면대에 물을 틀어 넣고 눈물을 흘리면서 세수를 했다는 일화를 들려준 적도 있다.


나도 구직을 해보고 수많은 서류광탈과 불합격을 겪으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한동안 안 폈던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그 여파가 몸에도 나타났다. 


'남들 다 취업하니까 나도 어떻게 되겠지' 하다가 실패가 계속되자 자신감은 떨어지고 급기야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내가 구직으로 힘들 때 나와 친했던 분들이 결혼식이 많았는데, 나는 어느덧 연락도 안되고 결혼식에서도 보기 힘든 그런 사람이 돼있었다. 그때는 누군가의 결혼이나 취업을 진심으로 축하할만한 여유조차 들지 않았다.


당시에는 구직활동이나 재취업 과정이 너무 어렵고 끝이 보이지 않아 조금 과장하면 자소서 쓰다가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다. 이러다 보니 나 자신을 파괴해야 그나마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되돌아보면 자신을 파괴한다고 취업 안될게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나한테 손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시의 행동이 후회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파괴를 하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고 방황했던 마음을 정리한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회복이 됐음을 나타내는 장면도 나온다. 과거에 비해 요즘은 SNS의 발달로 서로 비교하기도 쉽고 어려운 시기에 멘탈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주위에서는 조언, 충고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오지랍질을 하면서 나를 화나게, 좌절하게 만드는가. 


그런데 실패가 있으면 회복도 오고, 그러면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아가씨>로 보는 '순진한 건 불법이거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