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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Aug 10. 2016

영화 <부산행>, 좀비도 무섭지만 사람도 무섭다

최근 영화 중에서 <부산행>은 단연 돋보이는 흥행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을 쓰는 9일 기준 103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1500만명 관객 돌파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명량이 갖고 있는 1762만명 기록은 힘들 것 같다.) 


솔직히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흥행할 줄은 몰랐다. 우선 국내 상업 장편영화에서 ‘좀비’가 핵심소재로 다뤄진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실사 영화는 첫 작품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1000만 관객은 커녕, 손익분기점은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래에는 영화 스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KTX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좀비로 인한 공포가 극대화되면서 스릴과 긴장이 넘쳤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좀비의 전파속도가 빠르고 기동력이 상당하다. 1:1 전투능력은 약하지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물론 ‘좀비’도 무섭지만 ‘사람’도 무섭다는 점이다. 주인공 일행이 9호칸에서 13호칸으로 천신만고 끝에 오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자기들만 살아야 하며, 행여나 불의의 사고라도 나면 다 죽을 수 있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의 팔이 문에 끼지만 자기들 살기 위해서는 부러뜨릴 기세로 닫으려고 한다. 

심지어 주인공 일행이 안소희한테 연락을 취하려니까 전화를 받지 못하게 그녀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정말 추악한 인간의 모습, 그것이었다.

 

공유, 마동석 등 주인공들이 사투끝에 13번칸에 오지만 사람들에 의해 쫓겨난다.

그 장면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일행이 들어오니까 아무런 말도 못 하다가 김의성이 “저 사람 감염됐어”라고 선동하자 일행들에게 이 칸에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당당하게 소리치지도 못하고, 대중에 파묻혀 소리 지른다. 카메라 앵글도 누가 그랬는지 비추지 않으면서 익명성을 드러낸다.


감독이 의도했을 거라도 보는데, 좀비도 무섭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과 추악함도 무서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주인공 일행은 칸을 옮기게 된다. 아마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옮기고 싶었을 것이며, 실제 대사로도 표현된다.

“저 사람들이 더 무서워.” 


얼마 전 인터넷을 보는데 콜센터 상담원 직원분의 글을 보게 됐다. 2년간 일하면서 정말 '저런 발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진상들이 많았다고 한다. 상당수 서비스업종 감정노동자들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고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비스업이라고 무시하고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정말 얄미웠던 악역 김의성. 그러나 김의성만 욕할 수 정말 악역이었던 김의성. 그러나 그만 악역이었을까. 그 뒤로 나가라고 했던 사람들은?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봤지만 정말 상종하고 싶지 않은, 함량 미달의 사람들도 많이 봤다. 


내가 실적을 만들었더니 가로채서 자기 공(功)이라고 하고, 뭔가 잘못되니까 내 탓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호구’로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없으면 버리고, 내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음해하는 경우도 봤다. 호의를 당연한 자기권리의 행사, 나아가 배신으로 갚은 경우도 봤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살려고 하면 뭐하겠는가, 결국 죽는 것을. 그렇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악행을 두고 보지 못한 한 할머니의 ‘걸크러쉬’ 행동으로 좀비가 있던 칸의 문을 열어버리면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정말 다른 건 바라지도 않을 테니, 일부 악인, 양아치들은 제발 다른 사람의 눈에 피눈물 맺히지 않게 좀 살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p.s


1. 개인적으로 올해 봤던 영화 중에서 <곡성>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두 번째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다. 그런데 페이스북 친구분께 결말 스포당했다. (누가 죽더라 내용으로)


2. 혹자는 이 영화를 좀비가 마동석한테 얻어맞는 영화, 좀비 입자에서 '괴수' 영화라고 한다.


3. 이 영화의 명장면은 바로 위 사진 때 나오는 동대구역에서 좀비가 떼로 달려드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하나 더 꼽으면 대전역에서의 군인 좀비들이 달려드는 장면.


4. 이 영화에 대한 팟캐스트 녹음도 했는데 (http://www.podbbang.com/ch/11341?e=22038250) 시간 나실 때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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