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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Aug 14. 2016

영화 <우리들> 아이도 어른도 어려운 관계맺기

영화 <우리들>이 이달 9일 기준, 개봉 55일 만에 관객수 4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영화가 많다 보니 ‘4만’이라는 숫자는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린아이들의 심리를 자연스러우면서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탁월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유명 팟캐스트 <시네마스타>에서 주최한 야외상영회에서 봤다. 하필 영화보다가 폭우가 쏟아져서 천막으로 피하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맥주 마시면서 보는 영화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아래에는 영화 스포가 있습니다.)


둘이 처음에는 잘 지냈는데 ...

이 영화에서 초등학생 4학년인 주인공 ‘선’은 반에서 이른바 왕따인데,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를 만나게 된다. 친구가 없었던 선의 입장에서는 지아와 친해진 게 너무 기쁜 일이다. 그리고 여름방학 기간 둘은 같이 지내면서 우정을 키워 나간다. 


문제는 개학을 하고 나서였다. 선과 지아는 입장의 차이가 있었고 그들의 관계에는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다. 선은 지아하고 같이 지내고 싶지만 지아는 반의 주축 멤버들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 지아 입장에서는 반에서 공인 왕따인 선과 가깝게 지낼수록 주축 라인 가입이 어려워지니까 선을 멀리해야 한다.   


선은 왕따가 되기 싫어서 지아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지만 지아는 선을 외면하고 상처를 준다. 영화는 지아의 행동에 선이 상처를 받는 장면들이 몇 번 나오는데, 인내심의 임계점을 넘자 선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지아의 비밀을 폭로해 버린다. 서로 공유했던 비밀들은 상대방을 공격하기에 아주 좋은 무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선과 지아 모두 ‘관계’를 맺고 싶었지만 원하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둘 다 왕따였는데, 왕따끼리 싸운 셈이 됐다. 

정말로 둘은 물리적으로도 싸우게 된다.


그런데 관계 맺기가 어려운 것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나도 몇 차례 직장을 옮긴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에는 사람 간의 갈등, 즉 관계의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영화에 나오듯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내가 이룬 실적을 누군가 가로채거나, 나는 결백한데 음해당하거나, 이유도 없이 문책이나 화풀이를 당한다면, 그게 누적되다가 폭발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깨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소속된 회사와도 관계가 끝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사이가 좋지 않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질 때도 있다. 


관계라는 건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거나 내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외면할 때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 가장 무섭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부모님은 20여년 이상 친분을 맺어온 분과 사소한 일을 계기로 사이가 아예 틀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둘 사이에 화해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피구시합에서 지아는 금을 밟지 않았는데 밟았으니 나가라고 공격을 받았는데 선이 지아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둘 사이의 간격이 조금 좁혀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희망을 주면서도 여운이 남는 결말이다.


영화를 볼 때는 생각도 못했는데 문득 이 영화 제목이 ‘우리들’였구나, 또 ‘우리’가 되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얼마나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든다. 


P.S

1. 이 영화도 팟캐스트에서 다룰 주제였는데, 아쉽게 다루지 못했다. 


2. 그때 영화 <나의 소녀시대>와 <우리들>을 놓고 고민했는데, 결국 나는 나의 소녀시대를 선택했다. 


3. 윤가은 감독은 말을 조곤조곤하게, 부드러우면서 조리 있게 잘 한다. 


4. 이 감독의 다음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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