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이 11일 기준 관객 705만명을 돌파했다. 하정우 배우가 터널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또 다른 생각이 들어 포스팅을 했다.
(아래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 초반부, 하정우는 터널에 갇히게 된다. 터널을 지나가던 중에 터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처음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구조대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구조작업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모으게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터널 붕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하정우에 대한 여론이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나는 그 시점을 구조작업 도중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이 결정적이라고 봤다.
사망한 자의 어머니는 하정우의 아내인 배두나한테 와서 계란을 던지고
"너 남편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 너네 때문에"
고 원망을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근처에 다른 터널 공사가 있는데, 하정우 구조를 위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슬슬 공사지연의 책임도 하정우 탓이 되고 있었고 한 사람 죽더라도 강행하는 게 더 큰 이익이라는 주장까지도 나온다.
그런데 정말 책임을 따지고 들어가면 터널에 갇히게 된 건 하정우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잘못은 부실공사를 한 시공사에 있다.
구조작업 과정에서 도면과 실제 현장이 달라서 구조작업에 큰 차질을 겪기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따지면 부실공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감리회사, 허가를 내준 행정부서의 잘못이 훨씬 크지 않을까 하는 것에 내 생각이다.
구조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망사고가 나기 전 모습을 보면 한 사람이 기계를 돌리다가 톱날이 튀어 사망한 작업대원의 가슴에 꽂히게 된다. 그러면 그때 기계를 돌린 사람도 책임을 저야 할 것이고, 제대로 정비를 하지 못한 정비 담당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죽음은 안타깝지만 총체적인 난국의 결과였다.
만약 터널을 가기 전 주유소에서 나이 많은 주유원이 제대로 알아듣고 주유를 했더라면 하정우가 터널에 갇힐 상황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 결정적인 생수 2병을 주기는 하지만)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모든 게 하정우 탓이다. 그 사람이 터널에 갇히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다고 몰아간다. 그리고 한 사람 희생하고 더 큰 경제적인 이익이 중요한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하정우 탓만 있고 사고의 근본원인은 물론 다양한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하정우의 잘못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누가 보면 가장 큰 잘못을 한 사람, 원흉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사망자 어머니의 심정은 이해가 가기는 한다.)
"모든 건 너 때문이고, 너 하나 희생하면 되고, 문제 만들지 마. 그리고 내가 곤란해지면 안돼"
이 생각이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기분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