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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Oct 05. 2016

김영란법 시행 ④ 기자들도 자성의 계기 삼아야

김영란법 관련해서 1편만 쓰려고 했는데, 어느덧 3편이 되고 지금 4편까지 왔다. 이제 여기서 완결을 지으려고 한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4년 전 나는 아주 기고만장했다. 한 번은 출입처 관련 큰 행사가 있었는데, 그 분야를 다루는 기자는 거의 없었다. 그 날 행사 쉬는 시간에 내 명함을 받으려고 홍보 담당자들이 줄을 서는 모습이 보였다. 


당시 나는 ‘내가 잘 나서’, ‘내 기사가 훌륭해서’, ‘내 영향력이 커서’ 명절 때 각종 선물이 오고, 내 명함을 받으려고 줄을 서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생각이 무너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내가 다른 부서로 좌천되고 기자라는 직함을 잃으면서 그동안 받았던 대우(?)들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내가 잘나서 그런 대우를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소속된 매체와 매체 파워, 기자라는 직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코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당연하게 받았던 접대나 선물들이 싹 사라지고, 약속조차 외면당하는 현실을 처음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정말 아프고 쓰라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그러나 공백기를 거치고 다시 기자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이 경험은 정말 도움이 됐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접대를 요구하고 갑질을 일삼는 기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클릭만을 노린 저질 기사, 홍보용 기사, 업체 쉴드 기사 등으로 기자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낮아졌다. 


게다가 ‘세월호 사건’ 당시 보였던 모습은 ‘기레기’라는 단어가 확산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에서도 기자는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기자인 내가 봐도 김영란법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기사들이 보인다.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는 모 매체 1면 기사는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냈다. 최근에는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간담회에서 ‘쫄쫄’ 굶었다는 기사도 엄청난 비난을 야기했다. (지금은 ‘확 달라진 기자간담회 풍경’으로 제목이 수정된 듯 하다.) 


광화문에 위치한 모 중국음식점에서 간장 종지로 벌어진 ‘간장 두 종지’ 칼럼은 기자 갑질의 전형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기자들이 가입된 블라인드 앱 반응이나 실제 오프라인에서 기자들과 만나면 다들 현재 기자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기자를 그만두거나 전직을 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을까 싶기도 하고, 김영란법이라는 ‘극약 처방’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자정이 불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가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는 매너가 뛰어나기로 유명한데, 그곳에서도 기자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걸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분명한 건 기자들의 반성과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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