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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Oct 03. 2016

김영란법 시행 ③ 갑질 양아치 기자들의 입지축소

김영란법 시행 전후로 동료 기자들하고 대화를 나눴는데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법의 시행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기자였다. 다들 지목하는 대상들이 거의 일치했는데, 이들의 특징은 홍보팀 상대로 지나친 갑질과 양아치 짓을 하는 부류라는 것이었다. 


(일단 누구나 예상하듯 골프 좋아하는 기자들은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매일경제) 


예전 직장에서 한 선배 기자 A는 갑질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점심시간 쯤 전화가 와서 누구하고 밥 먹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업무가 많아서 혼자 빨리 먹고 마감하겠다고 대답했더니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 들렸다. 


“기자가 왜 혼자 밥먹어, 홍보팀한테 얻어먹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런것도 안하고 뭐하냐? 너 기자 맞어? 홍보팀이 법인카드 쓰지 개인돈 쓰는 줄 알어?” 


A는 취재는 안하고 보도자료 몇 개 쓰고 놀다가 후배들한테 홍보실과 저녁 약속을 잡으라고 한다. 나는 A와의 술자리가 싫었던 게 매번 자기자랑하고 후배들은 물론이고 홍보팀 직원을 마치 자기 하인처럼 대하는 것이다. A는 홍보팀과 후배에 갑질하는 재미로 기자를 하는 것 같았다. 


정말 A와 술자리 가는게 고역이었고 내가 퇴사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자신이 잘났는데, 메이저 매체는 커녕 기자실 인사이드에도 진입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업계에선 A를 기피인물로 분류해 가급적 피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 


업계에서 이른바 ‘비지(Business) 기자’라는 말이 있다. 정식 기자는 아니고 광고를 수주해오면 매체와 일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기자를 의미한다. 보통 정식 직원은 아니고 신업부장, 경제부장 등의 명함을 받아 별동부대처럼 활동한다. 


인센티브를 더 많이 받으려면 광고를 따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리성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기업의 CEO에 부정적인 기사를 써서 광고와 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기사 중간에 큼지막하게 CEO의 사진을 배치한다. 딜을 하자는 사인인 것이다. 


과거 회사에서 비지 기자인 B 때문에 홍보팀은 물론 기자들의 원성이 많았다. 꾸준하게 접촉하면서 업체와 신뢰 관계를 쌓고 있는데 B의 기사로 인해 관계에 영향이 가거나 심지어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상종 못할 매체라는 이미지를 쌓아가는데도 회사는 비지 기자를 통한 광고수익이라는 달콤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C기자는 모 은행 홍보팀 직원이 자신에게 점심을 대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실명을 거론해가면서 비판을 가했다. 그리고 행사장에 가면 사은품을 챙기기로 유명했다. 한 번은 가방에 너무 많이 담다가 내용물이 쏟아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해 빈축을 산 적이 있다. (이런식으로 행사 사은품만 전문적(?)으로 챙기는 부류들도 있다.)


앞으로 위에 열거된 이런 갑질 양아치 기자들의 입지는 위축될 것이다. 김영란법은 그야말로 법(法)이다. 무슨 회사 내부방침, 권고사항이 아닌 것이다. 법에 의해 처벌 받으며, 나아가 소속 매체에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홍보팀 입장에서는 이들이 엄청난 특종을 터뜨리거나 브랜드 파워가 강해서 무서워하는 게 아니다. 일단 CEO를 걸고 넘어지니 조용히 넘어가고 싶을 것이고, 혹시나 예기치 못한 럭키펀치(Lucky Punch)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홍보팀은 그들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긴 것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본다. 업체 고위 관계자에 영상통화를 걸어 “홍보팀의 접대가 시원치 않다”며 고강도 접대를 요구하는 인간, 공짜 물건, 공짜 서비스를 대놓고 요구하는 인간, 홍보팀 직원을 폭행하거나 성추행, 성희롱을 해서 물의를 빚는 인간 등등. 


이런 부류들은 기자의 자질이 없는, 아니 기자를 해서는 안되는 인간들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런 갑질 양아치 부류가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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