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팟캐스트와 관련된 2번의 포스팅을 했다. 원래 계획은 3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4편까지는 갈 것 같다. 막상 느낀 점에 대한 썰을 풀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도 떠올랐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주로 ‘작품 선정’, ‘차별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참고로 누리네 다락방 주소는 http://www.podbbang.com/ch/11341 이다.
8. 차별화가 쉽지 않다 - 일단 문화(영화+도서)로 약간의 차별화
누리네 다락방을 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방송은 ‘문화 팟캐스트’를 표방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영화와 책인데 그 속에서 차별점을 갖기 위해 영화와 책을 합쳐 ‘문화’로 잡아봤다.
물론 틈새 분야를 찾아내서 전문성으로 승부한다면 그 부분을 리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 틈새를 찾기도 어렵고 일단 내가 전문성이 없었다.
영화나 도서 분야 팟캐스트가 많다 보니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데, 누리네 다락방은 진정성이 담긴 방송, 욕설이나 비속어를 최대한 구사하지 않는 방송, 나름의 주관이나 시각이 담긴 내용을 다루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솔직히 쉽지는 않다. 그리고 워낙 전문적인 팟캐스트가 많기도 하다.)
그런데 유명 팟캐스트를 보면 남성 위주가 많다. 멤버 전원이 남성이거나 남성 멤버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혹자는 팟캐스트 여성 진행자 품귀현상이라고 까지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인원을 선정할 때 무조건 1명은 여성으로 하려고 했다. 문화콘텐츠는 여성이 더 많은 관심이 있는데다가 보다 다양한 시선에서 다채로운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점도 소소한 차별화 포인트였다. (확실히 방송하면서 남녀 간 관점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누리네 다락방은 1달에 4회분을 녹음하는데 처음에는 영화와 도서를 2:2 비율로 했다. 그러다가 최근 멤버들과의 상의를 통해 영화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언급)
원래 나는 이 비율을 3:1로 바꾸자고 했지만 비율을 확정짓기 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다만 예전보다는 영화를 더 다루자는 의견이 나와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9. 작품 선정은 어떻게? -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합의제’
나는 이른바 ‘까라면 까’식의 군대 문화를 매우 싫어한다. (참고로 2004년 병장 만기제대를 했으며, 올해 민방위 4년차다.) 그리고 일방적인 지시만 하며,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꼰대 문화’ 또한 극혐한다.
그래서 다음 시간 다룰 주제를 정할 때는 멤버들과 합의를 하고 3명 전원이 동의한 작품만 선정해서 하고 있다. 혹자는 “너가 운영하니까 너 맘대로 정하거나 입김이 센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누리네 다락방이 유명 팟캐스트는 아니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매우 민주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ㅋㅋㅋ
그런데 간혹 선정 과정이 험난(?) 할 때도 있다. 누리네 다락방의 경우 나는 30대 중반의 아재이지만 나머지 멤버 두 명은 20대 여성이다. 성별도 나이대도 다르다보니 선호하는 영화나 책이 다른 것이다.
실제로 상반기 특집으로 아카데미 영화제를 패러디한 ‘누리네 어워드’에서도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로 꼽았지만 다른 분들은 <싱스트리트>, <캐롤>을 선택했다. 이것만 봐도 서로 관점이 다른 걸 볼 수 있다.
화제작일 때 그나마 스무스하게 결정되지만 특정 장르를 꺼려하는 사유로 다루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선정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녹음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으면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리고 2배수나 3배수 후보군을 정하고 그 중에서 다수결로 정하기도 했다. 때로는 합의 과정이 쉽지 않고 내 의견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는 등, 인내도 솔직히 필요하다.
그런데 구성원 간 충분히 합의가 돼야 갈등도 적고 보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한 번은 영화 <나의 소녀시대>와 <우리들> 중에 정해야 했는데 1:1 상황에서 내가 투표(?)해야 했고 당시 나는 나의 소녀시대를 골랐던 기억이 있다.
10. 도서보다는 영화가 준비하기 쉬웠다
녹음을 준비할 때 확실히 영화가 도서보다는 준비하기 쉬웠다. 멤버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일단 영화를 한 편 보는 시간보다 책을 한 권 읽는 시간이 더 걸렸다. 게다가 참고할만한 자료의 양이나 접근성에서도 영화가 훨씬 편했다. 최신 영화는 자료가 많아서 취사선택이 어려울 정도였다.
예전에 원작과 영화 특집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영화 <아가씨>와 원작 <핑거스미스>를 같이 하는데 핑거스미스는 무려 분량이 830페이지였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다고 느껴졌다.
한 번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했었는데, 맨부커상 수상 2달 전에 했었다. 지금이야 워낙 다양한 기사나 포스팅이 많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책 내용도 난해한데 자료도 없어서 ‘오늘 방송은 멤버들 하는 말에 묻어 가야겠다’도 생각할 정도였다.
영화의 경우 화제작들이 많은데 한 달에 2작품만 하다 보니 아쉽지만 다루지 못한 작품들이 늘어났다는 점도 도서보다 영화에 비중을 두고 싶은 이유다. 예로 들면 영화 <터널>, <최악의 하루>, <제이슨 본>, <메그니피센트7>, <덕혜옹주>, <니모를 찾아서>, <마이펫의 이중생활>, <우리들> 등이다.
그리고 책은 내용을 읽고 소화하는 게 영화보다 어려웠다. 그러나 문화 팟캐스트를 표방하는 이상 도서를 안하지는 않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