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seilleu Oct 18. 2016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고3때 추억이 떠오른다

일본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초등학교 4학년 지식을 가진 고등학교 2학년 불량소녀가 1년 만에 명문 게이오 대학에 입학하는 실화를 다뤘다. 


내용이 뻔하다고 생각해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생각보다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대학입시 문화는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 나한테도 고3이라는 시절이 있었구나 하면서 당시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런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각성을 나타내는 의미에서 질주하는 장면도 필요하다.


내가 수능을 본 게 1999년이었으니 무려 17년이나 됐다. 하도 오래전 일이다 보니 내가 수능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처럼 정말 후회 없이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내 고3으로 돌아가기도 싫고 다시 간다고 해서 더 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당시 수능은 400점 만점, 원점수와 표준점수만 따졌다. 등급제가 도입되기 전이었다.)


중학생 때는 물론이고 고2 때만 해도 내가 고3이 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건 나보다 형, 누나들한테나 있음 직한 일인 줄 알았다. 정말 그때를 떠올리면 어떻게 지냈나 싶기도 하다.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해서 아침 자율학습, 9교시까지 수업, 이후 자율학습(말만 자율이고 사실상 타율인)을 하고 이후 집에 가서 또 공부를 했다. 


하루도 아니고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저런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마 다들 힘들게 느꼈던 건 하루하루 수능날이 다가오면서 느끼는 초조함, 압박감이 아닐까. 워낙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좀 놀고 싶은데, 놀자니 눈치도 보이고 일단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내가 노는 동안 경쟁자들이 공부하고 있을 걸 생각도 들고, 내가 계획했던 공부 진도가 이뤄지지 않을 때 갑갑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동서남북이 뭔지도 모르는 학생이었다. 


게다가 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학생'이었다. 뭔 소리인가 하면 원래 내신은 이과였는데, 어학 계열을 전공하고 싶어 고3 초 수능만 문과를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내신은 내신대로 다 공부하면서 수능을 준비해야 했다. 


이과 과목 중 수학2물리2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내용을 이해해야 했는데, 개념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다. (당시 내신은 물리2, 화학2, 지구과학2, 생물2를 다 시험봐야했다. 수능선택과목은 세계사였다.)


그나마 나는 좋은 친구들과 같이 지내면서 고3 스트레스를 좀 덜 느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점심시간 축구나 농구를 하고 저녁 시간 같이 순대, 떡볶이 등 분식 먹고 오락실에 가서 좀 쉬다가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고3때인 1999년 스타크래프트 인기에 PC방이 엄청 생겼는데, 다행히(?)도 나는 게임에 소질이 없어 PC방에는 그렇게 많이 가질 않았다. 만화방에 주로 갔다. ㅋㅋ


그때 스타 등 게임하다가 수능 망친 친구들이 많았었다. 생각해보니 그때 당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기반에서 인터넷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주인공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합격이라는 결실을 이루게 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불과 1년 사이에 하위 2%에서 상위 2%로 실력상승을 이룬다. 말이 쉽지 67만명을 제친 것이다. 작중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의 밤을 새우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면 밥 먹거나 노래방에서도 틈틈이 공부를 할 정도다. 


그런데 주인공만 잘해서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딸의 학원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딸의 노력을 무시하는 아버지와 달리 늘 응원해준다. 밤을 새우다 보니 학교에서 자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학교 교사한테 가서 아쉬운 소리를 계속하기도 했다. 


츠보타 라는 학원 선생님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기부여를 해준다. 학생들이 조금씩 성취하면서 공부에 대한 의욕을 갖게 한다. 주인공은 역사가 악해 역사 관련 만화책을 권하기도 하고 논술을 대비해 뉴스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적절한 조언과 때로는 쓴소리를 한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에도 공부했다. 나도 저렇게 공부했어야 했는데;;;


주인공 친구들은 자신들 때문에 공부할 시간을 뺏는다는 생각이 들어 수험기간 중 만나지 말고 시험 끝나고 만나자고 한다. 주인공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게이오 대학이라는 일본 명문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내가 17년전 수능을 보러 갈 때 떨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른 건 평타 쳤는데 영어듣기를 망쳐서 시험 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그때 여기저기 서성이다가 게임CD를 사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수능, 대학입시가 전부였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올해 수능도 1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수능에 대한 중압감으로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누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는데, 추억이면서도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그런 감정이다. 이 영화보고 고3때 추억이 떠올랐는데 수험생들이 다들 잘 마무리하고 컨디션 관리 잘해서 시험을 잘보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걸어도 걸어도>와 명절에 대한 세대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