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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24. 2016

영화 <걷기왕> 열정과 노력만이 전부인가

영화 <걷기왕>은 ‘경보’를 소재로 힐링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써니>, <수상한 그녀>, <광해> 등에 출연했던 심은경 배우가 출연해서 이 영화를 봤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적은 9만3000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다만, 아래에 서술하는 내용은 영화 캐릭터의 대사에 대한 비판이며, 김새벽 배우에 대한 개인적인 비방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열정과 노력에 대해 강조한다. 담임은 “노력에는 끝이 없단다.”, “그래도 끝까지 해봐, 중간에 관두는 거 그거 나쁜 습관이야.” 등의 대사를 한다. 심지어는 그 누군가(?)를 참고했는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까지 한다. 


물론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자세는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조금 노력했다가 금새 포기한다면 큰 결실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열정을 갖고 노력해”라고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으며, 출석도 하지 않았는데 학점까지 받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학생들은 다들 대학입시에서 좀 더 좋은 점수를 받고 희망하는 대학에 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현재 교육부는 이화여대에 입학취소를 하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누구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을 입학시키려고 그 전에 없던 전형이 신설되고,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좋은 점수를 줬다. 그래도 입학이 안됐는지 다른 지원자들에게 낮은 점수를 줬으며, 심지어 교수가 대신 과제를 해주고 학점까지 부여하기도 했다.


수년전에는 당시 유력 정치인의 사무실에 인턴으로 근무한 사람이 공기업에 입사한 사례도 있었다. 이 사람은 서류에서 이미 탈락되고도 남았지만, 해당 정치인이 “결혼도 시켜준 사람인데, 믿고 써봐.” 등의 압력으로 인해 입사를 할 수 있었다. 



열정과 노력이 중요하지만 이미 판 다 짜여져 있고, 시나리오가 가동되는 구조에서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열정드립’을 하기 전에 ‘부모를 잘 만나는 게 실력’이고 ‘외적인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바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위에 언급한 사례만 해도 입학하고 입사해야 할 누군가가 배제되고 특혜가 이뤄졌다. 그렇게 열정과 노력을 강조하는 본인들은 핸디캡을 극복할 자신은 있는가? 과연 이런 사례가 내가 예로 든 두 사건에 국한됐다고 보는가? 


이 판국에 ‘열정드립’은 자칫 현실을 모르는 소리, 나아가 학생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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