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서 좋은 곳, '남이섬'

배 타고 5분이면 '섬섬하다'

by 마르쉘


사진에 날짜가 나오게 카메라 설정을 해두었었는지...

그게 오히려 더 추억을 하게 만드는지...


2014년 11월 19일.

내가 남이섬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때가 그때라고 사진이 얘기를 해주고 있다.


사진을 본다.


날짜를 보니 남이섬을 갔을 때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돌아온다.

사진 속에는 이제 훌쩍 자라서 열여덟 고2... 말을 무지하게도 안 듣는 다 커버린...

미운 일곱 살짜리가 작은 딸이 있다.


남이섬.


아빠랑 작은딸... 단둘만의 남이섬 나들이...

청소아저씨가 애써서 힘들게 쓸어 모아놓은 은행잎 낙엽 더미 속에 들어가서

그 낙엽을 안아름 안고서는 하늘로 뿌려대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천진난만 웃고 있다.


언니인 큰 딸은 이미...

가수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

그 경춘선 기차가 마지막 운행하는 하루 전날에 (이후로 상봉-춘천 간 전철로 바뀜)

아빠와 단 둘이서 청평역에 가서 청평 이곳저곳을 누비벼 추억을 쌓고 왔었기에...

공평하게 작은딸과 아빠랑 단둘의 여행은 남이섬으로 정했었다.


뽀얀 손을 잡고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을 때...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을 때...
아빠만 열심히 힘들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섬 전체를 두 바퀴나 돌 때...


그때 웃던 딸아이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듯하다.


남이섬은 '아빠와 딸'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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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내가 묻는다.


"남이섬에 그렇게 애착이 많은 걸 보니 옛 애인과의 추억이라도 많이 있나 봐?"


나는 당황하지는 않았다. 당황하면 안 되었던 거니까..


하기사...

아내가 그런 질문을 할 만도 한 것이..

결혼하고 나서 네 번 남이섬을 찾았고.. 남이섬을 갈 때마다 "아.. 좋다.."를 입버릇처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옛 애인은 나에 없었고 그저 남이섬은 특정 누군가와의 기억이 아닌,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를 반겨주는... 친구 같은 곳... 편한 곳...

그렇게 갈 때마다 새로움의 선물을 '남이섬'이었다.


처음 찾았던 겨울의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때문에 괜스레 설렘을 주었었다.
봄에는 벚꽃과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화사한 풍경에 감탄했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 속에서 잠시 더위를 잊었고...
11월의 가을...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는 깊은 낭만을 선물해 주었다.


남이섬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이 아니라, 그 계절을 함께한 사람과의 추억을

오롯이 담아주는 특별한 장소다.


이제 가을이 오고 있고 곧 가을일테고.. 곧 가을이 깊어질 것이다.

가을 속의 남이섬은... 가장 완벽한 낭만을 선사하는 곳이다.


걷다 보면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고개를 들면 나뭇잎 사이의 햇살이...


떨어지는 단풍잎은 손바닥에 가을로 내려앉는다.




가을 속 남이섬은...

혼자 걸어도 좋고...

옆에서 걷는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남이섬의 가을은...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은 풍요하다.


남이섬의 가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가을 속 남이섬을...

만나고 싶다면..

진짜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11월 즈음에는... 남이섬에 가자.


마음속에 가을의 서정을 깊이 새겨줄 것이다.




2014년 11월 19일.

내가 남이섬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때가 그때라고...

사진이 얘기를 해주고 있다.


2025년 11월 몇일.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곳을 찾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