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내가 더 빨리 늙는 것인가?
아마 난......
국민학교 6학년 때 나는 이미, 키가 다 자라고 키성장이 멈춘 것 같다.
국민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봐도.. 다분히 그래 보인다.
중학교 1학년때 수업시간표에 '체육'과목 시간이 있는 날이면 교복 대신에 집에서부터 미리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고 싶었다. (참고로 교복자율화 이전, 중2 때까지는 교복을 입었음)
내가 체육을 너무너무 좋아해서였다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그런 이유는 아니다.
(100미터 달리기도 잘 못하는데...)
체육시간이 다가오는 건 정말 싫었다.
제대로 표현하자면, 체육시간은 싫지 않은데 체육수업시간 바로 시작 전의 10분간 쉬는 시간이 싫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아침에 집에서부터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고 싶었던 이유?
난..
또래 친구들보다 발육이 엄청 빨랐다.
다음 수업시간이 체육시간이면 쉬는 시간에 미리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는데 남학교이고 탈의실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었었다
교복 웃옷을 벗어야 하는데 겨드랑이를 최대한 안 벌리는 자세로 체육복을 갈아입는 것은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그러나,
그게 어디 오래 숨겨지랴.. 결국 몇 번째의 체육시간만에 반 친구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내 겨드랑이의 조숙함을..
발육이 빠른 애들이 많은 요즘 시대라면 별 고민도 문제도 아닌 것을 중학생시절 내내 고민하고 지냈다
그런 내 모습에 친구들의 호기심을 갖기도 놀라기도 그리고 놀리기도 했던 모습들이 아직도 선하게 그려진다
중3 때는 또....
수채화 그림 그릴 밑그림용 야외 스케치를 하러 미술부 4명이서 광주에서 이천 쪽으로 넘어가는 길 어디쯤의
쌍령리라는 마을로 가려고 (쌍령리 어딜 가려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음) 버스를 타고 가는데
승객들에게 차비를 걷고 있는 차장(버스 안내양 누나)에게 회수권 한 장을 내밀었더니
차장의 약간 싹수 없는 말투로 퉁명하게 쏘아 부쳐서 나는 어린 마음에 마음도 몹시 상하곤 했다.
그렇게...
젊을 때는 조숙해서... 또 얼굴도 나이 들어 보여서... 맘고생을 정말 깊~~ 히 했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했던가.
지금에 와서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해 보니 그때의 어린 나에게 말해주면 너무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맘고생거리'는 그다지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지금 나는 늙어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늙은 것 같다.
거기에 플러스로 마음도.. 생각도.. 전부 다 나이가 먹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주 빠른 속도로...
요 몇 년 자꾸자꾸 노후를 생각하고 죽음도 자연의 이치라서 삶의 일부라고 믿지만
그래도 늙으신 어머니를 또 생각하게 되고 노환으로 입원 중이신 큰 아버님이 걱정되고
동네의 누구누구 아버지... 누구누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셨다는 소식에 괜히 솔깃해지고 민감해지고...
나도 치매가 일찍 올까 걱정하고.. 그러고 있다
작년에 한 번은 경기 광주에 있는 본가에 주말 동안 머물려고 금요일 저녁에 내려와 있었는데
아무래도 남양주 내 집 거실에 있는 선풍기를 켜놓고 온 것 같아서 불안해서 밤 11시에 결국 확인을 하기 위해기어코 차를 몰고 남양주 집을 다녀간 적이 있다.(선풍기는 꺼져 있었음)
실제로도 요즘도 가끔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스스로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걱정이다.
아이가 아니라서 '애늙은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어른 늙은이'? 아니면 그냥 '이른 늙은이'?
요새 와서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혹시 남자 갱년기 증세?
그 정도로 말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