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화 국번을 바꾸게 한 미스터리 한 사건 이야기
"그럴 리가 있겠냐고요~~!!!!!"
내가 스물한 살 때의.. 초가을..
그러니까 그때가... 아마 9월 초 정도였을 것이다.
고지서에 우리 집 전화요금이 얼토당토않게 어마무시하게 많이 나왔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전화요금이 그 정도로 엄청 많이 나온 적이 없었다.
평소 전화요금의 대여섯 배... 정도의 전화이용요금 액수가 찍힌 전화요금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온 것이다.
앞서 8월에는 7월 사용분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으시고 너무나도 깜짝 놀라셔서 '전화 요금이 왜 이러냐고...
이게 맞냐고.. 너무 많이 나왔다'라고 전화국으로 전화해서는 엄청나게 따지셨던 울 엄마...
그 뒤로 한 달이 지난 9월에는 웬걸.....
지난날에 받았던 고지서보다 더 더 더 많이 찍힌 8월 사용분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고는
곧장 바로 전화국으로 한 걸음에 내달려 가셨다.
'이거.... 지난달에도 그러더니... 왜 이런 거냐고...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 못된 것이라고~~!
정말로 뭐가 잘못된 건지 확인은 해봤느냐고~~!!
확인도 안 해보고 무턱대고 "고객이 전화를 많이 써서 그런 거"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전화국(현재 KT) 안 창구 앞에서 정말로 엄청 따지셨다고 한다.
(그때... 내가 기억하기로도 정말로 전화요금이 엄~청 많이 나왔었다)
그랬더니 어떤 직원이 나와서 울 엄마를 고객상담실 같은 곳으로 따로 안내하고는...
'확인해 봤다... 확인해 보니.. 시외통화 내역이 너무 많더라... 저희 전화국 오류가 아니다..'라고
직원이 확인을 시켜주어도..
울엄마는..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다고.. 귀신이 곡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일반 가정집 전화요금이
그렇게나 많이 나올 수 있느냐고 계속 따지셨는데...
그 전화국 직원이 그러더란다.
"아니면... 혹시 댁에 대학생이 있나요?
"그건 왜요..??"
울엄마는 그때... 그 전화국 직원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서도 반신반의하며 답답함과 분함과 화를
다 삭히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셨단다.
그 뒤로 아주 훗날에 울엄마한테 들은 말이지만, 그때 그 전화국 직원이 울 엄마에게 했던 말은...
"대학생이 있는 댁에서 간혹 시외통화 때문에 전화요금이 폭탄급으로 많이 나온다. 특히 집에서 먼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집에 있으면 방학기간에 집전화 요금이 그 정도로 폭탄급으로 많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는 말이었단다.
그 전화국 직원의 말뜻의 요지는 결국,
댁의 자재분이 '연애 중'일지 모르니(잦고 긴 장거리 시외전화 통화의 원인) 잘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울 엄마는 나를 그때까지는 아직..
"설마 우리 애가??"
"설마 그랬으려고..."
그렇게 '연애' 같은 거 전혀 모르는 착하고 순진한 '숙맥'이라고 믿고 계셨다.
그래서 울 엄마는 전화국에서 괜한 생사람을 잡는다고 여기며 한결 같이 전화국의 잘못이 있음을 의심하셨다.
(그 후로도 쭉~~~ 그러셨다)
나?
나는....
나는..... 숙맥이었다.
자꾸 가까이 다가앉는 다방 언니들이 왠지 부담스럽고 무서웠던 그 '숙맥'... 맞다.
그리고 나는... 하숙집 딸내미의 접근??, 순애보??, 유혹??....
아무튼.. 그런 거에 넘어가기 전에는.. 정말로 나는 그랬다.
숙맥이었다...(하긴 뭐... 50대 후반의 나이가 된 지금까지도 나는 숙맥인 것 같기는 하다 -.-)
나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녔고.. 하숙을 했고.. 그 하숙집에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든 직장인이 된 딸이 있었고..
하숙집의 저녁밥을 얻어먹고 6명의 하숙생들이 각자 방에서 리포트를 쓰거나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녁이면...
하숙집 딸내미는... 가끔...
나에게 뭐 물어볼 게 있다고.. 자꾸 내 하숙방을 노크했고.. 자꾸 말을 걸어왔고...
그러다가 서로 웃고.. 나는 띵가띵가 서툰 기타를 가끔 쳐주었고.. 팝송을 같이 들었고...
초저녁이면 우리는 둑길을 걸었었다.
방학이 되어 내가 하숙집을 떠나 집으로 갈 때면 그 당시 인기 팝송을 여러 곡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
종이학이 담긴 상자... 립스틱같이 생긴 라이터 선물을 내게 주곤 했었다.
이름?
'쉿~' (우리나라 아래 지방의 어느 '도'의 이름과 같아서 그 이름을 잊을 수도 없다)
나는 그때 그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몰랐다.
그런 것이....... 종강을 하고 방학이 되어서 나는 우리 집 전화기를 붙잡고서..........
오늘 한 시간..
다음날 또 한 시간..
그다음날은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하게 하는 '묘한 힘의 감정'이라는 것을...몰랐었다.
그러다 보니.. 방학 동안은 내내 자연스럽게 전화통화를 줄기차게 많이 하게 되었던 거고....
울 엄마한테는..
"전화국 잘못 없다고... 전호요금.. 잘 못 나온 거 아니라고.. 범인이 '나'라고"....
절대로 '이실직고'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서 나는 끝까지 '모르는 일'로 시치미를 뗄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울 엄마는 전화요금을 다 내셨으면서도 끝까지 전화국 실수라고.. 하셨다.
(집안에 범인이 있는 줄은 끝까지 모르시고 말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울 엄마는 기분 나쁘고 찜찜하다고 전화번호를 바꿔달라고까지 전화국에 요청을 했고...
그래서 그때부터 그렇게 우리 집 전화번호 국번이 61국에서 64국으로 변경되었다.
(참고로, 그 당시 경기광주의 대부분 가정집 국번은 61국이었다)
'DDD'
교환을 통하지 않는 '직접 장거리 다이얼링' Direct Distance Dialing의 약자란다.
디디디... 가수 김혜림의 노래도 생각나고.. 참으로 오랜만에 떠올려본다.
현재는 과천과 광명을 제외한 경기도는 지역번호 031로 통합되어 있지만 옛날의 경기광주의 DDD 번호는
13472이었다.(나중에 0347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전화국번 자릿수도 바뀌어갔다.
예전에는 전화 개통 시, 이곳 동네에 전화를 놓은 대부분 가정집들의 전화국번은 61국이었는데
한국전기통신공사(현재 KT)의 전국 세 자리 국번 정책으로 두 자리 국번 앞에 '7'이 붙으면서
761 국번이 되었다.
우리 집만 사건(?)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764국이 되었다.
다이얼식 전화기에서 버튼식 전화기로 바뀌어 가기는 했지만.. 옛날에는 전화벨이 울리면..
"누구일까.. 어떤 전화일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과 궁금함을 가지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요즘은 벨소리가 울리면 보이스 피싱이나 선거.. 부동산 투자홍보.. 등 잡스러운 전화가 아니기를 바라야 하는
피로감과 귀찮음을 느끼며 수화기를 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는 스마트폰시대..
그래서 이제는 가정집에서 일반전화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데..
나는, 월 요금이 1300원 나오는 남양주 집전화를 아직까지 해지하지 않고 있다.
애들이 어려서 해지하지 않고 이제껏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애들도 모두 다 커버렸고...
가끔 스마트폰 어디에 두었지를 몰라서 그 스마트폰을 찾기 위한 전화로 밖에 사용하지 않는 집전화는
이제 해지를 해야 할까 보다.
이렇게 잠깐동안(?) 나의 에피소드를 곁들여서 전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적어봤다.
스마트폰
스마트폰의 보급대수는 옛날의 일반전화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아졌어도작은 안부라도 전하는 따뜻한 맘은
10분의 1....... 100분의 1로 줄었다.
목소리 통화는 고사하고 문자 안부조차도 메마른 요즘을 우리는 살고 있다.
오늘 문득, 엊그제 나에게 오래간만에 전화를 했던 그 친구가 생각났다.
전화 용건은 "그냥 전화했다.. 잘 있는 거지?"
나는 "발가락 부러져서 잘 못 지낸다" 했더니
"우리 나이엔 전화를 받을 친구가 있으면 그저 감사한 거다" 란다.
그 친구 말마따나.. 이제....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친구도... 내가 전화를 걸어줄 친구도.. 이제 차츰 줄어들고 있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내일은.. 소식이 뜸해진 친구나 지인에게 안부 문자라도 한번 전해 보면 어떨까..
지금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내일은 전화 한번 해봐야겠다.
"너무 덥다"
다음 주에 장마가 온다는데..
비는 적당히 오고 .....어서 가을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