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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따릉 따릉~'추억은 자전거를 타고...

by 마르쉘


'그녀가 내 눈 안으로 들어왔다'


놀랐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입에서 짧은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으읔!!"


요즘 tv에서 몇 대 몇 한문철 변호사가 진행하는 '한블리'라는 프로그램에서 보면

전동킥보드, 씽씽이(아이들), 공유자전거, 전기자전거 등이 너무 준법정신이 없이 부주의하게...

위험하게 운행을 하는 탓에 자동차에 치이거나 차 옆으로 또는 측면으로 접촉하는 사고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드르륵 끼익~ 덜그럭~~~!' (차 ABS 브레이크 급제동하는 소리)


"하~~ 아.... 진짜~~~"


욕 나올뻔했다..(아.. 뭐... 이미 순간, 나왔는지도.....)


좀 전에 그녀....

내 눈에 들어왔던 그녀 때문에 하마터면 나도 그런 장면을 한블리 프로그램에 제보하거나,

거꾸로 제보를 당할 뻔했다.


이제 좀 선선해져 가을 같은데 아직 여름이신 아가씨 인가 보다.

여름여름~한 얇~은 원피스 치마를 입고...

흠.... 스쿠터는 아니고 아마도 전기자전거 같은데...

그거 타고 소리도 없이 조용히 역주행하며 동네 사거리 모퉁이에서

'짠~~!! '하고 갑자기 내 앞에 확~ 나타나면 "으읔~!' 어쩌자는건지...


정말 다행히도... 둘 다 동시에 급 멈춰 서서 내가 아가씨를 차로 치지는 않았다.

입으로 뾰로통~~ 하게 뭐라 뭐라 씰룩거리며 아가씨는 가버렸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도 좀 어이는 없었다.


근데.. 그 아가씨... 응?! 아가씨였나? 아마도 아가씨가 맞을 거다.

아줌마였는지도 모르겠으나... 아가씨처럼 보였고... 뭐 아무튼... 요즘 운전하다 보면 라이딩 중인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나 어르신들이 운행하시는 전동 휠체어 등 때문에 신경이 쓰일 때가 많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내가 자동차 운전자 입장이 되면 좁은 길에서의 자전거나 킥보드가

신경 쓰이게 되고.. 그래서 차 안에서 혼잣말로 못 마땅한 듯 투덜거리며 지나가고,

또 내가 자전거라도 타게 될 때 차가 지나가면 나를 조심 안 하고 서행도 없이 내 옆으로 거칠고

험하게 지나간 것 같아서.. 그 차 운전자를 욕한다.


안타깝지만.. 참, 아름답지 못한 풍경이다.

자전거를 타는 풍경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예전에는 자전거 탈 때 뭘 특별히 조심해야 하고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문득... 생각나는 건...

중학생 때... 심부름으로 자전거 뒤에 닷되(반말)들이 빈 석유통을 매달고

예전 시내 '형제예식장' 앞 공터..(현재는 상가 주차장) 자리에 있던 주유소에 가서 등유(석유)를 사서

집으로 올 때도 자동차들을 너무 각별하게 조심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때가... 갑자기 그립다..


이제는.... 이 시대에는 자전거를 탈 때 이토록 차를 조심해야 하고... 자전거를 끌고 어디를 가도 조심....

그저 조심조심... 해서 타야만 나의 '안전'과 더 나가서는 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게...

참 마음이 많이 안타깝기는 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전거는 티타늄 라이딩 자전거, MTB산악자전거, 라이딩 사이클....

전동킥보드나 공유자전거... 이런 것들이 다 인 것 같아서 또 한 번 안타깝다.




자전거... 하니 옛 생각? 추억? 그런 게 또 하나 떠오른다.

개울둑에 거무스르하고 억새보이는 짙은 녹색 풀들이 길게 웃자라있던 기억이 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여름의 끝자락이나 초가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자전거를 배우고 나서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 '성근'이라는 녀석과 함께 내 아버지의 자전거를 몰래 가지고 나가서 놀다가

'양벌리'라는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 못 미쳐의 둑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서 친구놈을 자전거 뒷안장에

태우고는 폭이 한 30~40cm 정도로 패인 좁은 둑길을(얖옆은 풀숲) 따라서 다시 집 방향으로 페달질하며

오다가 갑자기 덜컹하고는 개울 냇가 쪽 비탈로 냅다 굴러 떨어졌다.


자전거와 나와 친구 녀석은 서로 얽히고 뒤엉켜서는 (그때 자전거가 우리 위에서 우리를 덮쳐 누르고 있었음)

여기저기 팔다리 얼굴이 다 까지고 피나고 하면서 너무 아파 신음까지 했었다.


다행히 우리 둘 다 그때 개울물에 빠지지도.. 죽지도 않아서 이렇게 추억을 쓰고 있다.




또 하나의 기억..

나 혼자 둑길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이제 그만 타고 집에 가려고 둑 위쪽에서부터 둑아래 골목길 쪽으로 나있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는데 브레이크가 망가져서 동진(표동진)네 집 담벼락으로


'쾅~~~~' 소리를 내며 무시무시하게 충돌을 해가지고는 나도 손가락에 뼈가 보일 정도로 다치고

자전거도 우그러들고 동진네 집 담벼락도 가운데가 몇 장 부러졌던... 사건(?) 도 내 기억에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때 담벼락보다 내 걱정으로 피가 철철 나는 내 손가락을 응급치료 해주시던...

돌아가신 친구 어머니의 따뜻하신 성품은 아직도 내가 못 잊는다.


이렇듯 나의 자전거에는 나만의 자전거 이야기와 추억이 소중히 담겨있다.

(그땐 너무 아팠어도 그게 다 추억인거지..)




갑자기 자전거 이야기를 하는 건...


무릇...'자전거를 탄다'.... 에 아무런 이야기도... 아무런 추억도 새겨 놓지 못하는

요즘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값어치로 따지고 라이딩 거리나 칼로리 소모 등 수치적인 기록만을

중요시하며 자전거를 타는 요즘 현실이 너무 삭막해 보여서다.


자전거를 타며 그 속에 스토리와 추억을 새겨 넣으면 얼마나 정감 가고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내 두 딸들이 어릴 때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딸들이 자전거를 제법 타게 되었을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거기에 갔었다.

경기 광주에서 팔당댐 인도교를 건너면 (지금 현재은 통제 중 이것으로 안다) 남양주 다산 정약용 유적지와

지금은 폐업한.. 봉쥬르 카페 부근 능내역 폐기찻길....

거기에 가면 그러한 추억거리를 담을 수 있는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거기도 자전거들은 쌩쌩~ 달린다

이제는 그런 자전거는 탈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다.

아 쉽 다~

고글 쓰고 안전모 쓰고 라이딩 전용복장을 하고 씩씩 숨 내쉬며 시선은 스마트폰이나 기록계기판을 보며 타는..

그러다가 가끔 충돌사고가 나기도 하는... 그런 자전거가 아닌..

밝은 미소와 여유가 느껴지는 자전거 타는 모습들이 그립다.


'그녀의 자전거가 갑자기 내 눈에 확~ 들어왔다!'???


'따릉 따릉~'


자전거 딸랑 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피크닉 바구니?

그런 거가 핸들 앞쪽에 달려있는.. 빈폴스런(?) 자전거...

올 가을에는 이런 자전거 타는 풍경이 주위에서 많이 보였으면...... 하고 바래본다..


브랜드 의류의 예전 광고의 유명한 '카피' 문구가 떠오른다.


따릉 따릉~~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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