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카드를 부쳐본 게 언제였더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 사람이 받으면 너무 좋아할 만한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고르려고, 읍내에 있는
아트박스... 모닝글로리.... 바른손 팬시... 다 돌아다니며 (두 군데였을지도)
이 카드 집었다가... 내려놓고... 저 카드 집었다가... 또 내려놓고... 멜로디카드가 좋을까...
아니면 눈사람마을 입체카드가 좋을까..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고르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고르는 소소한 일들이 행복하고 가슴 부푼 날...
터미널 근처에 있던 음반가게에도 들러서 캐럴 CD도 한 개 사서는 가게 밖을 나오니
나풀나풀 내리고 있던 눈이 어느새 펑펑펑 눈으로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점심때가 한참 지난 오후였기는 하지만 눈구름을 몰고 온 잔뜩 흐려진 날씨 때문인지
낮인데도 마치 밤이 된 듯 어둑어둑해지고..
저~쪽 전화국에서부터 이쪽 서울약국 앞... 그리고 또 저~쪽 금성사 대리점까지..
읍내 도로에 즐비한 차들마다 전조등 켜지고.. 상점 간판들에도 불이 켜지고..
하늘에서는 눈송이들이 펑펑펑 내리던 풍경이 옛날극장.. 비 오는 스크린에 낡은 영사기 필름 비추듯
오래된 옛날 영화의 영상처럼 떠오른다.
읍내도로가 온통 눈으로 덮여가고 있었고 갑자기 소복해진 눈길에 버스도 오지 않는 것 같아서
30분 거리 집을 눈길로 1시간 넘도록 눈을 펑펑 맞으며 걸어갔던 기억...
이제는 먼~먼 옛 추억이 되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생각했던 그날..
크리스마스는 코앞에 다가와 있었고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렸었다..
이렇듯 눈이라는 건...
저~~ 깊이 묻어놓고 있던 추억도 '뽀득뽀득'거리며 쏙~ 올라오게 만든다.
오늘,
그때처럼 크리스마스가 코 앞에 까지 와있는 건 아니고 아직 여러 날 남았지만...
날씨도 겨울 같이 춥고 하루 종일 눈이 내리니..
성급하고 이른듯하지만 다가올 크리스마스 생각이 벌써 난다.
내가... 마음이... 추웠나?
요새 좀... 텅~비어 있었나 보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온기가 도는 것 같고 마음도 포근해지고 따뜻해진다.
오는 12월의 크리스마스에도 오늘처럼 눈 내려준다면... 뭐...
'이 보다 좋을 수 없다'는 말은 그런 때나 쓸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
어제...
비가 좀 오다가 눈으로 온다 하더니...
눈이 계속 온다 하더니.. 기상청이.. 날씨를 알아맞췄다! (세상에... 신기하다...)
눈이 펄~펄~내리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나이를 먹어서 옛 시절의 감성은 17살 때만큼은 살아나지 않겠지만..
지금 같이 펄펄... 하얗게 눈이 내리면... 17살이든 57살이든..
누구나 가슴 한켠에 센치멘탈 한 감성이 아직은 남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절대 티를 내면 안 되기라도 하는 것인지...
나이 들어서의 감성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치라고 치부하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꾹꾹 눌러 숨기고..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감성의 표출 대신, 눈치울 걱정.. 운전걱정... 세차걱정.. 미끄러움 걱정으로
표현을 대신하고는 한다.
아트박스.. 모닝글로리.. 바른손팬시..
참 오랜만에 떠올려본다.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듯 한 팬시 브랜드....
마지막으로 종이 크리스마스카드를 부쳐본 게... 언제였더라....
가물가물 하다.
12월이 오면 팬시점에 들러서 정말... 꼭... 오~~~ 랜만에
크리스마스카드랑 연하장을 사야겠다.
그리고...
좋은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부쳐보고 싶........ 지만...
현실은... 지금은 옛날 시절이 아닌 2025년.
주소를 모른다..
물어보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만 써서 마음속으로 써 보내야겠다.
눈 오는 밤....
추억 어린 옛 생각을 떠올리다가 마음도 너무도.. 미리 흐뭇해졌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눈이 오기를 바래본다...
오늘같이 눈 오는 날이
크리스마스가 아닌 것이 못내 좀 아쉬웁지만.. 그래도 오늘 같이 눈 오는 밤..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 삼아 본다.
눈이 오니 맘도 포근하다.
포근~~~ 하니... 좋다.
이런 밤은.. 참 좋다.
지금...
밖에 눈이 내린다.
메~~~ 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