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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청소'하는 날이 있었지

깨끗한 첫 마음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by 마르쉘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남양주시와 딱 붙어있는 구리시.

그곳 구리시에 있는 교문리(현재 교문동)는 한때 꽤나 많이 유명했던 곳이다.

요즘말로 핫플레이스.. 였어서?

아니다.

TV에 나온 집?

또는 TV에 나올 집이라고 서로 경쟁하듯 현란한 간판을 달아 올린 실제로 맛은 좀...'꼬르 끔' 한데도

1인분에 12,000원이나 받아먹는 아~~ 주 양심적인(?) 음식점이 즐비한 그런 먹자골목이나

먹거리촌이 형성된 그런 동네여서도 아니다.

바로 '교문 사거리'가 있어서다.

라디오에서 정각 3분 전마다 알려주는 57분 교통정보나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교통정보에 단골로 언급되던

악명 높은 상습정체 사거리 구간이었다.

아니, 지금까지도 이곳은 사거리를 중심점으로 해서 사방 방향으로 늘상 너무도 심하게 정체가 되고 있다.


동으로는 양평, 덕소, 춘천, 서로는 망우리, 상봉동, 청량리, 남으로 천호, 잠실, 광나루, 북으로는 상계동,

태릉 노원 포천 의정부.. 특히, 남에서 북, 북에서 남.. 양쪽 방향으로는 진행하려는 차들은

늘상 각각 200미터 이상 길~~ 게 밀려 있어서 신호등을 두세 번 받고 난 후에서야 비로소 좌회전이든

직진이든 사거리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아침 7시...

일찌감치 집을 나선 출근차량들이 시내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시각....

시청에서 나온 청소차가 서행하며 차 우측하단의 회전솔을 돌리며 도로를 쓸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도로야 밀리든 말든 그 청소차는 맡은 바 임무에 너무 충실하고 있고 동시에.. 사거리 교통흐름을

완전하게 먹통으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으로 치켜세워줄 만큼 참 대단히 열심히 청소를 한다.

진짜 열심히 하필 꼭 그 시간대에 거리 청소를 한다.

꼭 아침 그 시간에 해야 하나?

조기청소인가?



# 국민학교 시절..


한 달에 한번??

일주일에 한 번 아니었던 것 같고 한 달에 한 번이 맞는 것 같다.

아침 6시까지 국민학교 운동장에 집합하는 날이 있었다.


조기청소 하는 날!

내가 살던 경기도 광주의 경안리, 송정리, 탄벌리, 역리...

이 마을에 사는 친구들은 학교로부터 한 달에 한번 조기청소 대원(?)으로 호출을 받고

새벽에 학교를 갔다가 조기청소를 하고 집으로 다시 왔다가 밥 먹고 씻고 다시 또 등교를 해야 했었다.


역 2리는 경안리랑 붙어서 학교가 가까웠지만 역 1리는 역리이기는 해도 초등학생인 우리가 학교까지

걸어가려면 30분은 걸리는데 왜 굳이 역말 사는 애들까지 조기청소를 나오라고 했는지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어쩌랴.. 나가야지...

나가야 했다.


30분 남짓..

학교 안 담장밑과 운동장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청소를 다하고 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휴지나 담배꽁초를 주우면서 가라는 선생님 말씀은 절대 안 들었었던 추억...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교운동장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는 건 "왜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었다.


"선생님이 피우고 아무 데나 휙~~ 버린 건가? 애들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학교 안에서??? 휙~?? 왜??"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꼭 도로로 안 가고 시장뒤 논두렁으로 해서 가다가 '삐라'를 왕창 줍기도 해서

파출소 가져다주고 공책 한 권 받아왔던 기억도 있다.


여하튼..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던 아침청소차이지만 그 덕에(?)'조기청소'라는 추억 어린 단어도 떠올려졌었다.


지나간 새해 1월..

하루로 친다면 아침에..

지난해의 잡스러움은 싹 다 모아서 소각해 버리고 앞으로 내달릴 1년을 위한 준비로 마음가짐의

조기청소를 해도 좋겠다고 '첫 마음' 먹었었는데....

지금 벌써 몇 달째를 내달리고 있다.


나는,

그때의 첫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나 하고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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