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 커피 한잔하시죠
야밤, 조용한 거실...
그르르르르~~~~
필립스 그라인드 앤드립 커피메이커에서 로스팅이 아주 잘된 홀빈커피가 갈리고 있다.
그르르르...........
커피는, 커피의 향기도 좋지만 커피빈이 그라인더에서 째끔은 거칠게 갈리는 소리도
커피 한 잔을 마실 여유에 운치를 한 스푼 더 보태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커피가 그라인더에서 갈리는 소리에 이상하게도 희열이 느껴질 때도 있다.
커피가 갈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희고 부~연 수증기의 김이 커피메이커 위로 몽글몽글 피어날 것이다.
커피향기 퍼지고 나면 유리포트로 모아진 따뜻하다기보다는 뜨거워진 아메리칸 커피를
나의 머그컵에 따를 것이다.
그러고 나면.. 브라운색의 기분 좋아지는 그윽하고 은은한 커피 향이 나의 공간에 가득해지겠지..
이처럼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커피가 다 내려지는 동안 기다리는 향기 나는 시간이 좋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라서 그런지.. 지금 내리고 있는 이 커피...
옛날에 나에게서 사라진 산타할아버지도 루돌프 썰매 타고 커피 한잔 하러 오시게 할 만큼 향기가 좋다.
순수의 시절....
산타할아버지는 굴둑으로 들어와서 빨간 양말 안에 선물 주고 가신다기에...
연탄불이나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구들장 위에서 잠들던 나이 어렸던 우리들은 머리맡에 양말을 놓고
실눈을 뜨고 잠을 자는 척하다 잠들곤 했었다.
딱 한번 빼고는 산타할아버지는 나에게는 선물을 안 주고 가서 정말 서러웠던 크리스마스날의 아침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매년 크리스마스 아침을 기다렸었다.
이제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 일 테지만, 늙은 나는 물론이고 나의 2세 아이들도 다 커버려서
이제 산타할아버지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람들마다 느낌의 온도가 달라서 이브 다음날 크리스마스를 더 기다리기도 하겠고
'이브' 날.. 따뜻한 마음으로 온기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깊어간다.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보다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카페.. 온라인 쇼핑하며 모아놓은 포인트나
쿠폰이 새해가 되면 소멸하지 않는지를 따져보고 있는 현실적인 크리스마스의 이브이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 한번 불러볼까...
'산타할아버지... 커피 한잔 드시고 가시죠'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밤하늘에 떠가고 있다.
아!
커피가 다 내려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야심한 밤...
머그컵에 뜨건 커피를 한잔 '쪼르르....'
크리스마스에는 남녀노소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할 수 있어서 좋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