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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아이티)라는 점. 실버라는 점.

후기 남겨드렸습니다

by 마르쉘

난...


점(占)...

절대 안 믿고 안 본다.


그런데 와이프가 같이 보자고 몇 달간 하도 졸라서...

봤다.


예약해야 하는 집이래서 예약하고 갔다.


시간 맞춰 갔는데... 아무도 없다.

전화했다.

선녀보살이 좀 늦는다고 우리에게 양해를 구한단다.


예약까지 하고 간 건데...

우리가 시간을 딱 맞춰서 올 거라는 건 선녀보살 자신의 점괘에 안 보였나 보다.


글렀다.


10분 후...

한 손에는 '아이스라떼 커피'를 들고 오더니 '띡띡띡띡~' 도어록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문을 연다.


들어오라 해서 선녀보살과 같이 들어갔다.

선녀보살은 잠깐만 기다려 달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무속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올 줄 알았는데...

부채라도 들고 나올 줄 알았는데...

손톱에 요란하게 '네일아트'를 한 뾰족한 손톱을 보이며 나왔다.

무슨... 진료실 상담하는 데스크인양 책상을 사이에 두고 우리와 마주 섰다.


앉으란다.


이름을 물어본다.

한글로 받아 쓰고는 한자이름은 따위는 물어보지 않는다.

자시 인지.. 축시 인지... 태어난 시각도 안 물어본다.

사주(四柱)를 몰라도 우리 점꾀가 나오나 보다.


내가 승진이나 이동하는 수가 있단다.


내 나이 정도 되면 대부분 다 승진하거나 퇴사하거나... 여하튼 움직인다.

그리고 사업은 안 되는 사람이 잘 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잘 되는 사람이 점 보러 올리도 없다.


그리고 내가 '쇠'소리 나는 (금속 관련) 직종에 있을 사람이란다.

내가 대답했다.


"나는 IT 디지털 분야에 오래 있었고 있는 동안 즐거웠고 힘든 일이나 고민도 없었다"


선녀보살이 말한다.

"아닐 텐데? 그런 거 같이 안 나오는데..."

그러고는... 필히 나는 금속 쪽이나 공사(工事) 관련 쪽이 나한테 맞는단다


나는 "그 분야는 전혀 아닌 것 같다. 온라인 쪽이 나랑 맞아온 건 나도 느낀다"라고 전했다.

그럼 혹시 내가 나랏밥 먹는 그런 쪽에 직업운이 있냐고... 내가 되레 반문해 물어봤다.

전혀.. 네버... 없단다.


'후~~ 나는 이미 몇 년 동안 나랏밥을 먹어 왔었는데... 과거완료형인데...'


선녀보살이 예측하고 말해주는 있는 우리 가족의 과거 얘기도...

모두 다~ 반대로 말하고 모두 다~틀린다.


나의 가족 간 화친 관계, 자식들 진로 진학 성향, 집 이사 관련, 와이프 직업 등

모든 현재의 상황을 예측한 것이 모두 다 틀렸다.

억지로 짜 맞춘다고 해도 전혀 비슷하지도 않다.


선녀가 말하는 걸 들어보고서 나는 그쪽이 아닌 거 같다 말하니까,

자기가 그렇게 말한 게 맞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정말 문제나 고민거리가 없을 텐데,

왜 왔냐고 한다!


어이가 좀 없는 것 같아 실소(失笑)가 나오는 것을 참았다.

사실, 요즘 재가방문요양센터나 주간보호센터의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

혹시나 싶어서 앞으로 실버사업(노인복지산업)은 하면 어떨까 물었다.


"그것 봐라... 금속 쪽이 나을 거라 말을 했잖냐...

은이나 금세공하면 괜찮아 보인다. 대신 금은방은 아니다. 그쪽은 안 하는 게 나을 거다"


"하긴... '실버'가 '은'이라는 뜻이기는 하지..." 하고 선녀보살을 측은히 생각하면서

빨리 대충 마무리하고 그 집을 나왔다.


복채라고 해야 하나?

10만 원이란다.


돈을...

버리고 왔다.


돌아오는데 와이프가 말하길..

'후기 남겨주시면 감사...' 이런 문자가 왔단다.

와이프가... 나에게 미안하단다.


애초... 점은... 보는 게 아니었다!


토요일...

'로또(Lotto)' 사러 가야겠다.


"5등이라도 되겠지"


아! 오늘 로또가 될 것 같냐고..

그걸 물어볼걸 그랬다.


오늘 '점' 봤다.

처음이자 마지막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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