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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남편 NO, 가정적 남편 NO

1등 남편의 필요충분조건

by 마르쉘

여자들은 그런단다.

결혼 전에는 가정적인 남자가 1등 신랑감이라고.


그런데 막상 결혼이라는 걸 하고 나면 여자들은 또 그런단다.

가정적인 남자는 1등 신랑감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남편이 가정적이라서 좋겠다"

"자상한 남편을 둬서 좋겠다"


와이프가 나랑 결혼하고 나서 질리도록 듣는 말이었단다.


그래서?

질리도록 들어서 이젠 싫은 건가?


궁금하다.




나를 아는 사람들도 역시 내가 가정적인 남편이란다.

특히, 나를 아는 친구들의 부인이나 예전 직장동료 여직원들....

동네 지인들과 그 지인의 부인들은 (하긴, 그 부인들도 나의 지인이기는 하다) 하나같이 나더러

"가정적이다"

"자상할 것 같다"라고 말한다.


어떤 부인은...

"아내분은 좋겠어요"... 이런 말을 한다.

이게 ‘나’인가 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자상한 사람일 것 같다는 얘기를 좀 들은 편이기는 하다.


돌이켜서...

과거의 나의 생활을 생각해 봐도 뭐... 쫌... 그렇기는 한 것 같다.

예전 강남 테헤란로에 즐비했던 인터넷닷컴 IT 벤처회사들 중 한 곳으로 직장을 다녔을 때도 그랬었긴 했다.


새벽까지 야근은 가끔 했어도 평소에는 회식이 거의 없었던 편이어서 (회식이 있어도 참석은 자유)

집에도 일찍 곧 잘 들어오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


술은 어쩌다 폭음했지만 잘 안 마셨고, 20년 피운 담배는 큰애 태어날 때 미련도 없이 단칼에 끊어버렸고,

게임, 낚시, 같은 이른바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들의 취미생활'을 안 했다.


생활을 그렇게 했다고 하면... 그렇다고 하면 가정적인 남편이 되나 보다.

그런데 나는 그 소리가 마냥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가 남자라서 그런가...

'수컷' 기질 차원에서 들으면 좀 기분이 가히... 마냥 좋은 말도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

아니, 한.... 십 년 가까이 와이프가 종종 해오던 말은...

"글세??... 좀 가정적이긴 한 것 같은데... 딱히 좋은 건 모르겠는데..."이다.

"무슨 뉘앙스지? 좋다는 건가? 안 좋다는 건가? 내가 뭘 잘 못하고 있나?" 싶었다.


그 후로 몇 달 뒤...

한 번은 TV를 보다가 내가 와이프에게 슬... 그 머니 슬쩍.. 떠봤다.

(그런 비슷한 내용의 ‘오은영 박사 프로그램’이 방송에 나오고 있었다)


"어험!~ 그래도... 난 좀 많이 가정적이긴 하지?"

그랬더니...

"가정적인 거랑 자상하고 다정한 거랑은 다른 거거든!!"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안 자상한가?


내가 안다정 한가?


가정적이라고 해서 자상하고 다정하다고는 할 수 없는 거란다.


”왜?” 냐고 하니까...


내가,


내가......


등산이나 운동이나 산책을 나가도 내가 자기 손을 잡아주질 않는단다.

다른 부부들은 손잡고 다닌단다..


이런!~

그리고 나는 와이프가 그다음 던진 한마디에 '어퍼커트'를 크게 한방 맞았다.


소름도 쫙~ 끼치고 혈류가 내 온몸에서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나를 사랑하긴 해?"


나는... 얼른.. 대답했다.

그것도 0.1초 안에... 즉각 말했다.!!!


"당연하지!!”라고.... 만.......


휴....... 사랑한다고 했어야 했나?




요즘..


와이프가 반찬을 맛있게 안 한다.


아니 그냥 잘 안 한다.


누가 그랬더라?

TV에서 들었었나?


우리 나이엔 <의리>로 산다고....


......


맞나?





죽는 날까지......

나의 주어진 길을......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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