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섹남 아니다. 요생남이다. 요리는 생활이다.
간호사를 아내로 둔 남편이라고 해서 모든 남편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20년 전...
아침에 7시 이전까지 병원에 출근해야 하는 데이(DAY) 근무날 아침에
대~충 밥에다가 어제 먹던 국 데워서 진짜 대~충 먹고 출근하거나
먹을게 마땅치 않으면 그냥 빈속에 나가는 게 버거워 보여서..
아침에 내가 좀 빨리 일어나서 간단한 계란찜, 미역국, 콩나물국, 계란국, 김치찌개 정도를
매일 바꿔가며 해서는 와이프를 아침 먹여서 보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음식 하는 거에 손대는 거...
그 당시에는 나도 직장이 서울 강변역 근처였던 터라 구리시 인창동에 있던 신혼집과 가까워서
구리시 교문사거리에 있는 H대학교 부속병원에 와이프를 먼저 모셔다(?) 주고
나는 다시 집으로 와서는 남은 국이나 찌개로 대충 아침을 먹고 또 씻고 나도 출근하는
그런 생활패턴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지금은 응급실 중견간호사가 되어 나이트(밤샘근무)를 하지는 않지만
와이프 직장인 병원에서는 5년에 한 번, 아니면 7년에 한 번 3교대 근무를 필요로 하는
'병동'이나 '응급실' 부서로 근무발령이 난다.
좀 지나기는 했지만 외래 부서로 발령받아서 주말 근무도 없었고 아침저녁 출퇴근 했던
약 6~7년 정도의 기간 동안에는 와이프도 음식솜씨가 많~이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음식을 잘 안 하려고 한다.
기분파다.
기분에 따라 어떨 땐 또 폭풍 음식을 해서 식탁을 생일 밥상처럼 만들어 놓는다.
나는...
지금도 가끔 공휴일에는 와이프는 늦잠을 자고 나는 또 집밥 식사를 위한 요리를 한다.
웃긴 게....
그러다 보니 내가...
음식 솜씨가 점점 늘어간다.
맛이 제법 있다.
한 젓가락 맛보면..
"맛있다!!"
지난 21년 동안 간호사 남편이었던 결과다.
일요일...
아침 7시 30분...
와이프는 비번이고 아직 자고 있다.
나는 학창 시절 때처럼 일요일엔 눈이 빨리 떠진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는 어제 내려서 식어빠진 커피로 가글을 하고 주방을 어슬렁.. 어슬렁..
냉장고에는 뭐 할 게 있나 들여다보다가
작은딸이 마시다가 남긴 건지 빨대 꽂힌 반쯤 남은 팩 음료수를 발견!
'쪼르륵... 쪼륵쪼륵.. ' 소리가 날 때까지 다 마시고 휴지통에 버리는 완전범죄를 저지르고...
그리고는 오이를 나박 썰기 시작한다.
나는, 이래 봬도 '한식요리사 자격증' 있는 사람.
음식 몇 개를 하고 글을 쓰고 나니 눈이 약간 부신 햇살...
화사하니... 좋다.
아/침/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