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도 돌아갔다
토요일 아침...
산뜻한 기분...
모닝빵 한 개에 식어빠진 어제 내린 커피로 아침 먹고 치카치카하고 세수 끝~
일찌감치 기분 좋게 나의 본가가 있는 경기 광주를 향하여 출바~알....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나오니 이미 비가 주~루루루 내리고 있다.
응?
타이어 공기압체크 경고등 들어옴을 발견!
브레이크를 밟고 잠깐 멘붕...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주차장안으로 들어왔다.
우측 뒤 타이어에 나사가 박혀있다.
보험사 긴급 출동을 불렀더니
"오늘 남양주시나 구리시 지역 긴급출동이 많아 불편하시겠지만 기다려"야 한단다.
30분 뒤 도착한 보험출동기사 왈...
이거는 아주 작은 피스(나사못)라서 간단히 실펑크 때우는 일명, '끈끈이 지렁이'는 안 해도 될 것 같단다.
공기압만 체크해 주고 출동기사는 가버렸다.
결론은, 오늘은 아주 일찍 본가를 갈 수 있었는데 한 시간 넘게를 괜히 허비한 느낌?
다시 본가가 있는 광주로 출발하려다가 아무래도 노트북을 챙겨가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집을 잠깐 들어가 노트북 가방 안에 마우스.. 전원코드... 주섬주섬 넣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어제 아침에 일찍, 동네 애들 친구 엄마들 셋이서 바람 쐬러 동해바다로 여행을 갔던 내 와이프 전화다.
"여보세요~"
"여보... 나 조금 있다가 올라갈 건데...
"응? 벌써? 저녁에 온다 그러지 않았어?"
"응~ 구경 다했고 더 갈 데가 없네... 여보~ 경매장 들러서 '고동'을 좀 샀거든... 양이 많아~
그러니까 어차피 당신 오늘 광주 가면 어차피 자고 올 거니까 좀 기다렸다가
이거 '고동' 어머니 갖다 드리면 안 돼?"
"뭐?..................."
"왜? 안돼?"
나는 갑자기 뭔가가 얼굴 뜨겁게 '화~~ 악' 치밀어 올랐다.
와이프는 가끔 내가 나름대로 짜놓은 나의 하루 일상의 계획을 본인의 어떤 '제안' 한마디로
다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특이한 소질(?)을 가졌다.
한 두 번이 아니다.
말이 제안이지 통보나 명령이고 따르지 않으면 가정의 평화는 풍전등화다.
안 그래도 운전대를 잡고 길에서 주차장에서 차 안에서 와이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한때가
수백 번은 될 거다.
늘 '기다리는 인생'...
결론은 또 기다리라는 거였다.
지금 나는 광주를 가려고 했는데..
지금 가야 하는데... 열이 확 받아서 전화기를 붙들고 한 5분간 전쟁을 치렀다
5분 통화했는데 5년은 싸운 거 같다.
진도 빠지고... 맥도 빠지고... 땀도 빠지고... 밖에 비는 또 막 쏟아지고 있고...
한발 물렀다가 한 시간 후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출발전이고 숙소란다
그럼 몇 시에 오냐고 물으니 점심 먹고 출발할지 싶단다.
그러더니 나더러 그냥 광주 가란다.
아후~~
내가 더 화가 나야 할 타이밍인데~
또 이건 뭐지?
"그냥 광주 가~~"라는 말...
가라는 건가?
기다리라는 건가?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미치지 않는다.
사랑했었던(?) 사람의 말에도 미친다.
그리고 제일 미쳐버릴 것 같은 때가 있다.
바로, 이럴 때 제일 미친다.
지금 광주 갈까?
이따가 가야 하나??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화딱지가 나서 전화해서 이래저래 얘기 좀 했더니...
왜 자기를 나쁜 사람 만드냐고 되레 열을 올린다.
어머니 고동 좀 가져가라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이냐고 따진다.
통화를 끝내면서 결국 내가 잘 못한 게 되었다
애초에 전화를 말던가...
꼭 시작은... 불화의 원인은 와이프인데,
결국에는 내가 잘못한 꼴이 되게 만든다.
.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비도 많이 오고...
지금 광주를 바로 가더라도 울 노친네랑 어디 카페 나들이 하기에도 날씨가 좀 그렇고..
다른데 글 쓰던 거 마저 쓰고 가야겠다 싶어서...
한 시간 남짓정도 있다 보니 자꾸 짜증도 나고 계획이 다 흐트러져서 약속이라도 어기게 된 것처럼
불안하고 답답하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유튜브만 뒤적거리다...
그냥 광주로 와버렸다.
여기는 본가가 있는 경기 광주!
와이프 카톡이 또 왔다
광주(시댁) 들러서 어머니께 '고동'만 전해주고 바로 남양주(우리 집) 올라간 댄다.
그러더니 금방 와이프가 도착했다.
우리 노친네한테는 세상 상냥하고 다정한 며느리의 목소리 톤이다.
"어머님~ 이거 '고동'이랑 '간자미'예요. 바로 드세요"
그러고는, 차에서 같이 여행 갔던 아줌마들 기다린다고...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레이저를 한번 발사하고 바로 남양주로 올라가 버렸다
해산물 킬러이신 울 노친네는 '고동'을 그 즉시 바로 삶았다.
고항이 인천 바닷가인 분이시라 해산물을 너무 좋아하신다.
너무 싱싱하고 좋단다.
고동이 너무 싱싱하고 맛있다고 초장도 안 찍고 거의 흡입을 하신다.
갑자기 카톡이 또 온다.
와이프가 사진을 보냈다.
보아 하니 수산물 경매장 같다.
또 카톡이 왔다.
또 와이프다.
"그 고동... 오늘 아침 동해 묵호항 경매장에서 바로 산 거야! 어머니 해산물 좋아하시잖아"
아...
나는 내일 남양주 집에 올라가면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 밤은 거센 장맛비가 가슴을 적신다.
세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