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라는 말

by GloriaMJ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아기들은 크게 봐서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만삭아로 태어났지만 호흡기나, 피부 등 장기에 무언가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산이처럼 재태주수 37주미만에 태어난 조산아인 경우다.


비중은 산이가 입원해 있던 병원의 경우 거의 2:8로 미숙아 비중이 컸던 걸로 기억한다.

미숙아들은 이젠 병원에서도 미숙아라는 표현대신 이른둥이라는 예쁜말로 부른다.

미숙아들은 조금 이르게 태어났을 뿐 병원과 가정에서 충분한 치료와 돌봄을 받으면 얼마든지 만삭아들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다. 이른둥이라는 말은 그 가능성과 희망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주는 말이다.


산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퇴원해서 집에 돌아온 지금까지 내가 정말로 많이 감사했던 건 두 가지다.

의학이 이렇게 발전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훌륭하다는 것

의학 발전으로 채 펴지지 않은 미성숙한 폐에 계면활성제를 주사하거나

기도삽관을 하거나 관장을 하거나 특수 분유를 줄 수도 있고

닫히지 않은 동맥관을 닫을수도 있다.


그리고 건강보험의 뒷받침은 미국에서였다면 1억원은 족히 냈을 병원비 부담을 10분의 1로 줄여주었다.


이 모든 기술적 제도적 뒷밤침에도 불구하고 이른둥이들은 매순간매순간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의료진들은 그 순간 올바른 판단으로 아기들을 서포트해줄 수 있지만 그 순간들을 넘어서는 건 오롯이 아기들의 몫이다. 그리고 니큐에서는 그 무수한 생사의 기로를 "이벤트"라는 말로 부른다.


처음에는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 이벤트라니.. 무슨 이벤트라고 부르나.

그러다 점점 아기들에게 생사의 기로가 많이 찾아오지 말라는 그런 의미로 이벤트라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도 이벤트는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거 아닌가. 프로포즈 이벤트, 생일 축하 이벤트처럼. 니큐의 아기들에게도 정말 어쩌다가 한 번만 그런 생사의 기로라는 중대한 순간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누군가 처음에 그렇게 불렀던 건 아닐까.


물론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꽤 잦은 이벤트들이 폭풍처럼 지나가야 아기들은 자란다.

산이같은 경우는 무호흡, 청색증, 빈혈, 기흉, 미숙아망막증, 서혜부 탈장 등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겪었다.

그런 중대한 순간에는 딱 하나만 믿게 된다.


아기들은 강하고, 시간이 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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