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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완 Oct 24. 2020

#10 아버지의 폭력

 나의 아버지는 폭력적이었다. 폭력적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그에게 도사렸다. 어리석었고 열등감이 있었고 실제로도 열등했다. 자신과 상대방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쉽게 화를 냈다. 어리석은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억압의 결과로 이루어진 복종의 모습을 보며 만족해하는 사람이었다. 유머도 여유도 없었다. 자녀들과 나누는 대화의 목적은 승과 패를 가르는 것이었다. 대화의 끝에는 반드시 화를 냈다. 협소한 삶에서 얻어낸 어리석은 처세의 방법을 커다란 목소리로 자녀들에게 강요했다. 그럼에도 자녀들은 자녀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궁핍과 늙어가는 나이는 그의 지위를 더욱 떨어뜨렸다. 그것에 반비례하여 폭력성은 더욱 짙어졌다.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이었다. 그때 이미 우리 집은 여러 가지 불행으로 무너져 있었다. 교실에서의 조촐한 졸업식이 끝나고 나는 가족을 찾았다. 복도에도 운동장에도 교실에도 부모님은 없었다. 오신다고 했는데 어디에 계신 걸까. 나는 결국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곧이어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화와 욕설이 섞여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왔다. 아버지는 나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손이 닿는 대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목을, 가슴을 때렸다. 나는 왜 맞아야 하는지 몰랐지만 주먹에서 전해오는 분노와 아픔만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일부러 집에 가버렸다고 생각했다.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자신을 피해 몰래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무시하고 모욕주기 위해 반항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두들겨 맞았다. 얼굴이 부어올랐다. 몸에는 멍이 들었다. 영문을 모른 채 울었다. 두들겨 맞은 채 학교로 다시 끌려갔다. 거기서 나는 꽃다발을 손에 쥐고 사진을 찍었다. 부어오른 얼굴로 자지러지게 울며 꽃다발을 든 채 아버지와 내가 서 있는 사진은 아직 우리 집에 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내 방에 들어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온갖 것을 집어던지고 부수었다. 나는 소리 지르며 울었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뒤이어 영문도 모른 채 지독한 불행으로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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