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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완 Oct 17. 2021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

할아버지의 제안

할아버지는 찾아온 내게 말했다.


     

 자네는 삶을 끝내려 했지. 원치 않은 물건을 반납하듯이. 자네는 늘 열등감에 시달렸겠지.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고 하루하루는 고통스러웠으며 쌓인 시간들은 후회스러웠을거야. 마치 생명이 질병처럼 붙어있다고 해야 할까.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거야. 시작은 무감각했을거야. 삶이 어떻게든 흘러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겠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흘러가버린거야.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 오히려 고통스럽지. 삶은 제 멋대로 엎질러져 버렸으니까. 오히려 정신을 차리지 않는 것이 편했을거야. 


 잔잔한 슬픔과 비관 속에 아무렇지 않은 척 사는 데 익숙해졌겠지.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여기게 될 때까지. 그 지경이 되도록 삶을 그냥 놓아버린거야. 달리 무엇을 할 수도 없었겠지. 마치 서서히 끓는 냄비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시간을 흘려버린 것이네.


 생각해보게.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간절해본 적이 있는가? 그 간절함을 오래 유지한 적이 있는가? 간절함으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있는가? 간절함을 실행으로 옮겨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테지. 자네의 결심은 늘 흐지부지 사라져버렸을거야. 의지력은 희미해지고, 열정은 무뎌지고, 나이는 먹어가고, 어느새 잃어버리는 일에도 익숙해진 채 삶을 형벌처럼 받아들였겠지. 아닌가?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네. 성장은 쉬운 일이 아니야. 자네는 그때 죽음을 결심했겠지만 그 지점에 누군가는 성장하네. 죽을까 말까 하는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야. 그만큼 힘겨운 것이라네. 그 정도의 희생이 있어야 겨우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법이지. 삶은 통째로 수행이고 고난이며 극복이라네.      






 그럼에도 행복한 삶은 있지. 풍요로운 삶은 있다네. 성공으로 부를 만한 만족에 둘러싸여 매일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도 있지. 비루한 삶과 지혜로운 삶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라네.     


 나는 두 개의 삶을 다 경험해보았다네. 나도 한때는 울분과 슬픔으로 가득 찬 채 가난과 결핍에 허덕였지만 어느 날 삶의 비밀을 깨닫는 순간 서서히 행복의 삶으로 옮겨갈 수 있었지. 이해되는가? 가난하고 어리석으며 분노와 슬픔에 가득한 사람과 지혜롭고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비루한 삶에서 풍요의 삶으로 옮겨가 보았기 때문에 그 비밀을 알고 있네.     


 그 비밀은 오직 자네의 의식에 담겨있네. 의식이라고 부를까? 영혼이라고 부를까? 운명이라고 부를까? 우주의 비밀이라고 부를까? 아무튼 나는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어떤 원리가 있다고 믿고 어렴풋이 알고 있네. 그리고 그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바꾸면 그 누구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네.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서 사이비 종교를 떠올렸다. 도를 아십니까, 혹은 당신의 전생이 보입니다와 같은 종류의 그런 허황된 이야기.          




 믿기 어려울 테지. 자기감정에 질식할 지경인 인간은 진실을 보기 어렵다네. 대부분의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질식할 지경이지. 그래서 정작 중요한 것을 볼 수 없다네.     


 자네는 할 수 있겠는가. 우주의 원리를 이해해 보겠는가. 거짓말 같은가. 내가 자네를 속이는 것 같은가. 보다시피 나는 부유하다네. 그리고 대단히 성공했지. 나는 자유롭다네. 그리고 자네에게 원하는 것이 없어. 돈이 필요한 것도, 복종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네. 


 자네는 그저 내가 알려준 것을 실행하면 된다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저 한 번 해본다는 생각으로 해선 안되네. 어설프게 반신반의하며 실행할 생각이면 때려치우는 것이 낫지. 진심을 담아 성실히, 분명히, 마치 종교의 교리처럼 실행해야 한다네. 간절히 깨달아햐 한다네. 인생을 걸고, 인생을 다 바친다는 자세로, 마음을 내던져 실행해야 한다네.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갑자기 세례를 받듯, 진지해졌다. 그리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명심하게.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법이라네. 다 내던진 후 한참 뒤에야 겨우 찾아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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