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완 Oct 05. 2019

#14 무기력 1

 지하생활자는 무기력하다. 그들에게 활력이란 애초에 함께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침대 위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낸다. 깨어있는 시간과 잠을 자는 시간이 비슷하다. 이렇게 삶을 흘려보내며 그들은 언제나 궁금해한다.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대부분 답을 찾지 못한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거나 오늘은 피곤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도 진실은 아니다. 그들의 마음이라는 것은 많은 이유들로 억압되어 진실을 찾아내기 어렵게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겨내고 싶다.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동기부여 동영상을 본다. 침대 위에 누워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현상을 설명할 유력한 단서가 있다. 그가 지하생활자라는 사실이다.


 나는 언제나 누워있는 사람이었다. 익숙한 우울과 무기력에 휩싸여 침대에 하염없이 누워있었다. 시간은 씁쓸한 맛으로 잘 들이켰다. 그리고 과음을 했다.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결핍과 열등감과 부족함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로부터 나를 이탈하게 했고 숨게 했고 고독의 시간을 만들게 했다. 그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삶을 역전시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것 같나. 


 사실 무엇도 하지 않았다. 더 깊은 무기력과 우울에 시달릴 뿐이다. 어떻게 해야 되나. 목표는 현실의 가난과 결핍만큼 비현실적인 저만치에 닿아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답을 찾을 수 없다. 가난과 결핍의 삶이 그에게 건네 준 협소한 경험과 지식 탓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한다. 지독한 무기력. 삶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 나의 삶은 지독하게 부족하다는 생각, 무언가 변해야 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지금의 삶으로부터 이탈시킨다. 그 언제도 내 삶을 즐길 수 없었다. 쏟아지는 햇볕과 사람들과의 만남, 여행과 식사의 와중에도 커다란 숙제를 다 마치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언제나 불안한 것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지하생활자의 생각은 늘 결핍으로 향한다. 그리고 생각거리들은 늘 많다.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자는 생각의 과잉이 그의 행동을 소거시켜 버린 것이다. 이들은 언제나 무기력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보고 혼내고 점검하는 생각만큼은 기력이 넘친다. 생각의 와중에도 시간은 흐른다. 삶을 놓친다. 다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생각은 시작된다. 그에게 익숙한 것은, 행동보다는 생각이다. 다시 자기계발서와 동기부여 영상을 본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 그대로. 현실과 저만치 떨어져 있는 막연한 목표를 생각하며.

작가의 이전글 #13 중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