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었다

by 책보냥


"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중수와 중창과 재건의 차이 같은 것, 면접을 끝내고 받아온 [고건축 용어사전]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말들이었다."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보고서] 첫 문장이다.



내용은 이렇다. 창경궁에 있는 대온실 수리작업을 기록하게 된 영두


영두는 대온실에 남겨진 기록과 흔적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에 묻어두었던 중학생 시절, 낙원하숙에 머물렀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그 시간의 궤적은 '문자할머니'의 시간을 들추어내며 흘러가게 되고


그 시간의 끝은 '영두'의 현재와 만나게 된다.



창경궁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만나는 아픈 우리의 역사


그 역사의 시간을 살아 온 여인


문자 할머니이면서  마리코이자  박진리


그녀의  미스테리한  과거


과거의  시간  속에  담겨  있는  역사  속  잊혀진 인물들 



과연   영두는  무사히 <대온실수리보고서> 작성을  끝낼  수  있을까?



너무나  생생하게  그린  공무원  관료사회


한번은  만난 적 있을  것  같은  장과장


이런  동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 은세창 대리와  제갈도희


꼭 사귀고  싶은  친구 은혜  그리고  그녀의  딸  산아


사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혹시 내 모습에도 있는 것 아닌가 싶던  리사까지


다채로운  인물들이  나오고 , 어딘가에 서 벌어졌을 것만  같은  생동감이 다.



김금희  작가가  이  작품을  작업한  작업일지도 읽었는데,


한 작품을  위해  자료 조사에서부터  단어 수집까지 얼개를  짜고  그  얼개에  살을  입히는  긴 시간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대온실수리보고서> 작품에서  내가  정리한 키워드는  세 가지이다





수리






"장과장말처럼  그냥  지나가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면이  유리로  된  온실의  아름다움이지  그  아래  무엇이 있었는가가  아닐테니까. 땅  밑은  수리와  복원의  대상도  아니니까. 하지만  질서에는  어긋날  것이다. 그렇게  묻은  상태로는  전체를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공동과  침하가 계속되겠지.  개인적  상처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한쪽을  묻어버린다면  허술한  수리를  한  것이  아닐까."(209쪽)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말그대로  대온실의  수리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수리는 단순 건물의 수리만이 아니다. 영두의  마음수리, 관계의 수리, 잊혀진  기억들의  수리가 있다. 



망가진 온실의 지하의 비밀을  끄집어 냄으로써  왜곡된 '박유진'할아버지의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된다.


'낙원하숙'에  담긴  문자 할머니의  의도를  찾는 과정에서  과거를  다시  회상하게  되고, 그 회상의  시간덕분에  영두는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진정한 수리는 직면할 때 시작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수리는 이것이다.


우선 문제에 직면하는 것.


그리고 차곡차곡 그 문제의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것.


이 과정 속에서 진정한 수리, 치유가 일어나게 된다.






온실  속  새






작품을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은  사람들을  자꾸 새에  비유하며  바라보는  영두의  시선이다. 


이렇게 많은 새 이름이 나오는 것은 <깃털도둑> 이후 처음인 듯 하다.


왜  그녀는  사람들을  자꾸  새로 표현하는 것일까?



독서모임에서  당시  대온실에 는 식물과  함께 새도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 년전에도  온실에는 새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 비유되는 사람들이 온실에 있는 것이다.


백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온실'속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소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어야겠다 싶은  장소들은  아예 발길을  끊어서  최대한  망각할  수  있게 노력해 왔지만  이  일을  맡으면  그곳에  대해 생각하고  더  알게  될 것이다. 




17쪽






영두가  '낙원하숙'이란 공간을 지원버리고 최대한 멀리했기에 그동안 망각했던 기억들이 다시 창경궁에 돌아오게 되면서 하나 둘 돌아온다.



그 돌아온 기억들을 직면하면서 영두는 수리되고 치유된다.



장소는 저 한편에 숨겨진 기억들을 바로 지금 이 순간으로 데려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가 유형문화유산을 잘 보호하고, 기록해야 하는 이유이다.


잊혀져서는 안되는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을 꼭 보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악의






"나는  리사를  망치고 싶었다.  구길  수  있다면 구기고  싶었고  얼릴  수  있다면  그대로  얼려버리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챈  날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강화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리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성되는  악의에서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래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게  내가  겨우  떠올릴  수 있는  살길이었다."(219쪽)




어릴  적 리사에게  받은  영두의 상처는  이 작품의 이야기의 큰  줄기  중의  하나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영두는 학교도 다니지 않고, 사람들을 피하게 된 것일까?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알게 된 사건은... 그래서 뭐~ 였다.


이 일이 그렇게까지 큰 일이야?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리사가 이해되었다.



영두가 너무 예민한 편인 것은 아닌가 싶었다.


남들과는 조금 더 민감한 안테나를 가진 영두였기에 자신의 마음에 뿌리내린 악의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라면 악의를 알아채지도 못했을 뿐더러,


악의가 있더라도 꼭 복수해야겠다고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영두가 이런 선한 사람으로 큰 것은 석모도라는 자연의 힘일까? 아님 그저 태어난 품성 자체가 선했던 것일까?



반대로 리사는 자라난 환경 때문에 그렇게 자기중심적인 되고, 안하무인격이 된 것일까? 품성 자체가 못된 아이인 것일까?



자신에게 문제는 없는지 돌아보는 영두와 달리 자기 잘못은 절대 없다는 식의 리사의 태도는 마치 '과거사 청산과 반성, 사과'를 외면하는 일본의 모습과 같았다.



이번 작품에서 일본을 너무 미화한다는 이야기를 누가 했는데..


오히려 돌려까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밖에도 작품을 읽으며 여러가지 다양한 느낌이 있었는데 미천한 글쓰기 실력으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



김금희 작가의 <작업일지>를 보면서 작가들도 한 작품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글쓰기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나 하는 반성과 함께 앞으로 부단히 문장수집, 단어 채집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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