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일상
마르타의 서재는 일요일과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정기휴무일이라는 날을 정해두고 심리적인 휴식과 이완의 시간을 가지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일단은 책방에 몸이 떨어져 있는 상태가 편하지 않고, 혹시나 이렇게 쉬는 날 멀리서 누군가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휴일이 휴일이 아닌 책방지기의 휴무일이란 이런 모습이다. 책방 여는 날에는 못했던 일들을 처리하고, 책방운영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필요한 교육을 듣거나 과제(보통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를 한다. 책방일기를 시작하는 날이 공교롭게도 휴무여서 글을 쓸 수 있고, 휴무일에 돌아보는 책방의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책방을 열기 전 나에게도 책방지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책방지기를 떠올리면 이런 이미지였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책방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과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정리하는 모습. 아! 책방을 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책방을 열기 전보다 오히려 책을 볼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는 슬픈 현실. 책 읽을 시간도 없는 책방지기라니. 책방을 연지 일 년 반이 된 책방지기는 대체 무슨 일을 얼마나 하길래 그런지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이렇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불을 켜고 환기를 시킨다. 마르타의 서재는 반지하도 아닌 진짜 지하 1층으로 환기가 중요하다. 손님들께 쾌적한 환경 제공을 위해, 그리고 오랜 시간 일하는 소중한 나 자신과 함께 사는 초록 식물들의 건강을 위해. 오래되어 작동하면 소리가 매우 큰 환풍기를 돌리면서 책방의 아침이 시작된다. 초록이들에게 밤새 안녕했는지, 춥진 않았는지, 바람이 안 통해 답답하진 않았는지 안부를 묻고 목마른 아이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노트북을 켜고 음악을 튼다. 가끔 청소할 때 힘이 넘치는 음악을 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바로크 음악을 튼다. 바닥을 쓸고 닦고 걸레를 빨아 넌다. 다음은 1층 화장실로 간다. 1층 초등전문 영어학원과 함께 쓰는 화장실이라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화장실은 매장의 제2의 얼굴이라 하신 장사의 신 말씀을 되새기며 긍정 마인드로 반짝반짝 청소를 하고 입간판을 현관 앞에 세우면 손님 맞을 준비 끝!
자, 그럼 이제 좀 앉아서 책을 읽어도 되나요? 아니다. 이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일단 인스타그램으로 아침 인사 겸 운영안내 피드를 올린다. 그리고 메일을 확인한다. 책 주문 상황과 출판사에서 온 신간 안내와 이벤트 등을 살펴본다. 온라인을 통해 들어온 주문을 체크하고 발주하거나, 재고를 파악한다. 책방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홍보물을 만들어 블로그와 인스타에 올리고, 예약상황을 체크한다. 신청자에게 입금안내문자를 보내고, 입금을 확인한다.
점심시간은 따로 없다. 물론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지 않았다. 이 부분이 사실 처음엔 가장 힘들었다. 세상 가장 큰 즐거움이 먹는 것인 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업무조건. 그 조건은 사실 운영시간이 짧기 때문이고 이 문제는 아이들이 더 클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10시에서 4시까지 6시간 운영. 간단한 간식만으로 버티는 것이 힘들지 않기에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고 운영시간이 저녁 6시까지로 늘어난다면 가장 먼저 나에게, 먹는데 진심인 나에게 점심 휴게시간을 꼭 제공할 생각이다.
책방에서 대부분 하는 일은 프로그램과 책 홍보를 위한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타 책방지기의 일상은 단순하다. 그리고 의외로 온라인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방문자가 많지 않아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마르타의 서재의 경우는 그렇다. 가끔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제법 사람들이 북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매우 고요하다. 책방일지를 적어보겠다고 했는데 쓰고 보니 더 단조롭고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까 염려도 된다. 하는 일이 반복되기는 해도 그때 느껴지는 마음과 머무는 생각은 다를테니 기대를 가지고 하루하루 채워나가보겠다. 쉬는 날인 오늘도 매우 촘촘한 일정을 보내고 버스를 기다리는 틈에 이 글을 적는다. 휴무지만 머릿속은 온통 서점과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나는 마르타의 서재 주인장 마르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