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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Mar 18. 2018

숭실대 정보관 TMAX 창의실 공간 문제제기하기

내가 속한 조직 변화시키기 실험#1

재작년 박근혜 게이트를 경험하고 나는 내 삶이 얼마 만큼 민주적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동안 휴학을 하고 남은 학교를 끝내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오자 마자 발견한 것은 이전부터 신통치 않게 운영되었던 학교 TMAX 창의실이라는 공간 운영 문제였다. 이 공간은 001로 불리는 공간으로 전통적으로 소모임들의 프로젝트 공간으로 컴퓨터가 30대 정도 있다. 이곳에 입주하려면 적당한 수상실적과 활동내역을 매년 심사받아야 하는데, 이 중에 내가 활동하는 소모임은 6자리를 가지고 있고 매년 수상실적이 꽤 좋은 편이다. 나는 1학년 때부터 이 공간을 써왔으니까 무려 7년째 쓰는 셈. 공강시간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런데, 작년에 이 공간의 운영이 아주 끔찍했다(고 친구들이 말했고) 실제로 내가 와서 본 상황도 처참했다. 학기 전에 끝나야 할 자리 분배도 안 되어 있었고 프린터는 못 쓴지 아주 오래 되었다. 프로젝트 공간이어야 하는 곳이 MT와 축제 때 남은 짐 보관소, 공강 시간에 잠깐 앉아있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이렇게 생긴 공간이다. 딱 봐도 뭐가 엄청 많다.

앞으로 나는 내가 겪는 모든 불합리에 문제제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 나와 같은 문제제기를 무시하거나 억누르지 않는 조직으로 만드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까 '일상의 민주주의'인 셈이다. 올해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모두가 사용하는 공용 공간의 문제가 터졌다. 그래서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을 바꾸는 일의 첫번째로 '숭실대 정보관 TMAX 창의실 공간 문제 해결하기' 에 도전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개강을 하고 001에 앉아 있는데 이것을 해결해야 겠다는 분노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올랐고 바로 제안서를 쓰기 시작했다. 


1. 제안 : 구글 독스에 제안서를 쓰고 나서는, 실제 이용하고 있는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고

2. 설문 : 제안서와 함께 구글 폼을 작성했다.

3. 홍보 : 페이스북에 글을 작성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태그해서 호소했다. 친분이 있었던 전 학생회장, 친구들을 모두 태그해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또, 소모임의 카톡방에서도 투표 참여를 부탁했다.


페이스북 글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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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컴퓨터학부 ㅇㅇ학번 ㅇㅇㅇ입니다. 그간 001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이 있었으나 제가 학교를 다니는 7년째 개선이 된 것이 하나도 없어서 설문과 제안서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불편하신 분은 같이 개선사항을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제안서 : http://bit.ly/2I89Gnt
- 설문 : https://goo.gl/forms/oPKg7IxlvyYrANaO2
001 관리자와 학부장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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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다른 친구들이 관련 있는 사람을 태그해 주었고, 실제 001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관리자와 현재 컴퓨터학부 학생회를 맡고 있는 학생회장이 댓글로 응답했다. 

이후에, 나는 실제로 001 관리자와 제안서에 대해서 약간의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연이어 001 관리자 회의에 참석했고 학교 학생회장과 지나가다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자세한 001 사용 규칙과 시설 개선은 001 입주 신청서 작성이 끝나는 대로 시작하기로 했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와 아카이빙은 팀과 커뮤니티를 위한 민주주의 플랫폼인 빠띠에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페이스북 그룹처럼 그룹이 빠띠라고 생각하면 된다. '숭실대학교 바꾼당' 여기다.


지금의 문제는 내가 꼭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우리 사회에서 내가 겪는 문제와 아주 유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세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지만 우리가 실제로 생활에서 와닿는 정치/행정은 거의 없다. 지난 겨울부터 유행처럼 설치된 버스정류장마다 있는 한기 가림막 정도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인 것을 간과하고 그저 정치인이 잘못했다고 비난하기 바쁘다. 내가 보았을 때는 모두의 무관심에 의해서 공공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면에는 정치혐오, 실제로 잘 작동하지 않는 민주주의 시스템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실제로 정치를 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 나는 빠띠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띠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었고 내가 본 대로 현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공공재 : TMAX 창의실(001) 공간 (컴퓨터, 책상, 의자 등 포함)

위키에 따르면 공공재란 "생산이 이루어지면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시로는 국방, 치안, 지상파 TV방송 등이 있다. 완전히 공공재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고 그 청결함이 유지하는 노동이 필요하므로 나름 공공재로 정의했다. 여기서 내가 정의한 TMAX 창의실은 컴퓨터학부 학생 모두가 쓸 수 있는 공간은 아닌, 모든 '소모임'이라는 단체들이 권리를 가지 공간이다.


거버넌스 : 001 입주자 회의

위키에 따르면 "거버넌스(governance)는 1980년대부터 대두된 통치 시스템의 개념으로 아직 정의에 대한 학문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Pierre & Peters(2000)에 의하면 정책 결정에 있어 정부 주도의 통제와 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주체적인 행위자로 협의와 합의 과정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 나가는 사회적 통치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전의 001 사용에 대한 논의는 그저 001 사용자들이 투덜대다가 소모임의 회장이 그것을 인지하면 001 관리자에게 다시 통보하고 그 관리자가 학교의 시설팀에 요청하는 무려 [개인 - 대리자 - 대리자 - 담당자] 의 시스템으로 운영중이었다. 이러니 전달이 늦을 수 밖에. 심지어 공공재를 어떻게 사용할 지 논의하는 회의도 거의 일방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이번의 경우 관리자가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식으로 가고 싶다고 하였고 (이것이 관리자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상황도 우습다) 회의가 열렸다. 아마 다음 회의 때에 진행하는 룰에 대해서 관리자와 토의하는 식으로 진행해 보려고 한다.


기술 : 구글 독스/ 페이스북 / 카카오톡

다행히 문서를 쓰고 공유하고, 설문을 받는 일을 구글 독스가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홍보하는 채널로 페이스북 / 카카오톡 등 SNS가 사용되었다. 둘 모두 이런 식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아주 적합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의견을 게시하고 관련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괜찮다. 문제는 이것이 지속해서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점. 수많은 피드의 글들처럼 흘러가면 끝이다. 카카오톡은 메신져니까 그냥 전달 수단에 불과하다.


학교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있기에 존재한다. 학생은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하고 다른 구성원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정당하게 수용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보통 학교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많은 숫자를 들이대고 정부 정책을 들어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한다. 심지어는 '학교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우선순위가 밀려서 멋대로 미뤄버리기도 한다. 학생은 학생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학생회'라는 대리인에게 맡긴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학생회는 학생의 권리를 요구하는 데 있어서 번번히 실패한다. 애초에 학생회를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큰 배움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데다가 매년 열리는 축제를 진행하기도 벅차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에서 정해진 많은 일들이 '왜' 그렇게 진행되는 지도 알 수 없다. 교수들은 '가르치는 사람'의 권위를 지키기에 급급하며 자신들의 '연구비'를 챙기는 일에 바쁘다. 심지어 학생을 더 낮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교수들도 있다. 이 문제는 학생이 연구실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더 끔찍하게 작동한다.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 치고 대학원 시스템을 욕하지 않는 사람 못봤다.


우선 문제제기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지속해서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전달된 의견을 모아서 담당자와 학교에 요구하는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성공적으로 끝낸 경험까지 글로 써낼 수 있으면 좋겠다. 슬픈 점은 이런 일들이 누구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러니까 내가 속한 컴퓨터학부로 따지면 프로그래밍 스킬을 올려주는 일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들고 귀찮은 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아주 일치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보았지 않은가, 투표로 권리를 맡겨버리고 귀찮다고 고민하지 않으면 국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말이다. 올해 1년은 무사히 학점을 따서 졸업도 해야 하지만 학교에서 내가 느끼는 문제들에 대해서 정말 시끄럽게 떠들다가 졸업할 거다.


지구인들이여 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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