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른데 비슷한 미국과 한국
길을 가다가 미국인 친구와 마주쳐 친구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학원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던 친구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맘을 먹어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친구와 수다를 회상하다가 문득 내가 미국에 대해서 1년간 생각보다 간접적으로 많이 들었구나 싶어서 정리해 봤다.
* 친구와 나의 대화에서 이끌어 낸 관찰이라 미국과 한국의 단면만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가 바라보는 세상이고 당연히 바뀔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요구되는 남성성은 단순히 한국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다. 실상은 전혀 필요 없어보이는 '근육'이야말로 미국적 남성성의 특징이다. K-POP에서 보여주는 남성성은 오히려 미국에서는 '게이' 코드로 취급되는 요소가 대부분이다. 화장, 꾸밈, 슬림한 몸매는 그들이 남성에게 바라는 점과는 거리가 멀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보신 분들은 말할 필요도 없는 요소가 바로 '인종차별' 이다. 친구가 느끼기엔 미국에서 살고 싶거나 미국인과 결혼하고 싶은 한국인들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는 미국으로 이민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한 지 몰라서 그런다고 그랬다.
친구曰 "그래도 동양아시아인들은 흑인이나 히스패닉보다는 나은 취급을 받아"
심지어 친구는 미국인 가정에서 백인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외모가 히스패닉 계열이라 자기도 이민자 혹은 이민자 2세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럴 때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사람은 자연스럽다고 느낄 지도 모르는 '어른에 대한 공경', '상사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은 미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런 총체적인 예의범절은 외국인들은 대강 퉁쳐서 confucianism(유교) 라고 이해한다. 미국인과 이야기하면서 느꼈던 것은 그들은 정말로 나이를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잘 물어볼 일도 없고 예전에 알았어도 머리에 크게 담아두지 않는다. 아마 생애주기가 다양해서 그런 것이 아닐가 추측해 본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초-중-고 대학교 혹은 직장 정도로 압축해서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K-POP의 특징이라고 하면 바로 그룹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그룹 안에서 보컬, 댄스, 연기, 랩, 외모 등등 여러 파트를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만큼 그룹이 유행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가수' 라는 직업은 정말로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 (곡을 쓰면 더 높게 쳐준다) 뭐 미국의 기준이 어찌됐든 K-POP은 특유의 중독성과 매력으로 이미 여러 나라의 차트를 점령하는 중이다ㅋㅋ
이미 총기소지가 가능한 곳이라는 데서 말이 끝난 것이 아닐까?
학교 도서관에는 절대로 가방을 놓아두고 화장실에 다녀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캠퍼스 내에서 다른 건물로 이동할 때 여자 혼자 다니지 말고 남자인 친구와 같이 다니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지 친구는 폭력적인 상황에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이렇게 만연한 폭력은 계급, 인종, 성별 등의 이유로 정당화되기도 한다. 세상에, 그런 사실을 상기할 때 마다 아직 밤에 걸어다닐만한 한국에 감사하게 된다.
서로의 국가에 대해서 투덜거리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는데 그것은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미국도 한국에서처럼 국기에 대한 선서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친구도 어릴 때 매일 일어나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 했다고 한다. 내 기억에 학교 다닐 때 월요일 종례시간에만 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이 한국보다 더 심한 셈이다.
미국은 '미국다움'에 집착한다. 건국한 지 250년 가까이 된 나라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건국의 과정은 기존에 살던 이들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유럽의 이민자들이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몰아내는 정복의 과정이기에 그 모순을 덮기 위해서라도 더욱 필요한 집착이지 않을까. 그에 비해서 우리 나라는 역사교육을 아주 중요시하는 줄 모르겠다. 조금 더 실용적인 학문에 가치를 두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인 것 같다.
사대주의란 무섭다. 무조건 외국 것이 좋을것이라는 무의식적 믿음. 지난 유럽 여행 이후로 이것을 벗어던지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했는데, 미국의 이야기는 또 달랐다. 우리는 정말 무의식적으로 미국에서 ~~해서 ~~해야 한다는 식의 화법을 많이 쓴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친구와 대화는 이런 편견을 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남성성과 폭력에 대한 부분은 훨씬 내 예상 밖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한 번 살아보는 것은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미국은 정말 이상하게 느껴지다가도 계속 궁금해지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