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알면 괜찮을까

잔인한 경계선에서

by 시시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과 차 안에 있었고, 그가 툭- 이런 말을 했다.

"죽음을 예감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암처럼.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면."


'죽음'이란 단어에 깊숙하게 박혀 (슬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죽음에서도 준비하는 것, 급작스러운 것 이 두 가지가 존재한다는 걸.


암에 걸렸던 키키 키린도

"암에 걸려서 죽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죽을 수 있고, 준비도 할 수 있으니까요. 죽을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은 점이죠."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면 내가 아는 사람들, 좋았던 사람에겐 고맙다고. 토라진 사람에겐 미안하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겐 사랑한다고 꼭 말하고 꼭 안아주고, 하고 싶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외롭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초가을,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다. 급작스럽게.


한때 동네 술친구로 자주 보다 몇 년을 뜸했다. 여름밤, 몇 년 만에 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 집 근처를 지나간다며 술 마시자고. '아! 우리 동네 술친구였지! 언제 어디서든 나가는!' 문득 반가운 생각이 났고, 마침 술을 마시고 있던 터라 빨리 오라고 했다. 친구 몇몇이 앉아 옛이야기를 하며 달콤하게 술을 마셨다.


변함없던 친구의 모습이 좋았다. 우린 또 술을 마시기로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친구의 소식을 듣고, 그때의 술자리에서 했던 말들을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친구와의 추억을 하나라도 더 갖고 싶었다.


울었다. 갑작스럽게 떠나서. 무심했던 내가. 실감이 나지 않아서. 이런 마음조차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49재가 지나고, 몇 번 술을 마시고,

그래도 친구가 떠나기 전에, 우리가 여름의 작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죽음을 준비할 시간... 그게 필요할까. 눈 감기 찰나의 시간에 아쉬운 건 내가 이뤄내지 못한 일이 아닐 것 같다. 그냥 내 곁의 사람. 오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사는 것. 진심을 다하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