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일요일에 서해

겨울 같은 것을 앞에 두고

by 시시

곧, 겨울이겠다. 겨울보다는 여름이 좋은데. 겨울을 좀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자주 생각한다. 점점 온도가 내려갈수록. 미미하게 불안했고, 학창 시절 차가워진 실내화에 온 몸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요일 낮, S선배가 '카페, 드라이브, 근교'라고 했을 때, 나는 바다를 떠올렸다. 겨울의 문을 열 땐 바다다. 카페 오라도 가고 싶었고. 9년 전쯤 선배와 잡지사에서 함께 일할 때 우리는 당일치기 촬영지로 인천국제공항 근처를 찾았다. 무의도를 갔었나, 자전거를 끌고, 마지막은 카페 오라에서 빙수를 먹었다. 비가 주춤주춤 오던 날이었다. 봄 풍경을 담아내야 한다며 2월에 얇은 옷을 걸쳤다. 비와 바람 추웠던 감촉이 느껴진다.


기억은 시간에 따라 소멸되는 건 아니다. 어떤 기억은 어제 일어난 듯 선명하니까. 기사 속 사진들이 선명하게 돋아나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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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카페 오라. 배가 고파 가는 길에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냄비 안에 무수히 많은 조개가 담겨 있었다. 빈 조개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칼국수가 아니고 해물탕인 것 같아." 선배가 젓가락을 놓을 듯, 놓지 않고 계속 조개를 집었다. 그 모습이 다정했다. 따뜻해질 것 같다, 겨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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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찾은 카페 오라는 그대로였다. 비탈진 언덕 위, 거대한 건물. 그 안에선 커피와 빵의 온기가 가득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흐려진 창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책에 꽂힌 오래전 편지를 읽으며 웃고, 소중해지고. 글씨를 주고받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라 생각하고.


돌아오는 길은 깜깜했다. 오늘은 무슨 계절이더라. 이따금 반짝이는 불빛이, 건네 오는 모든 말들이 고마웠다. 선배가 말했던 그 따뜻한 쓸쓸함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