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따뜻한 긴장감의 여행, 일상

by 시시

출장보다 '진짜 여행'으로 간 곳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휘발되는 속도가 다르다. 진짜 여행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도 아닌데. 무작정 걷는 것. 손을 잡고도 걷고, 각자의 시선을 즐기며 걷고, 해 쨍쨍할 때도 걷고, 밤에 술을 마시고 해변가를 휘청이기도 한다. 이 지구 상에서 가장 느긋한 숨을 쉬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좋아하는 까닭에, 여행에서는 무조건 편한 신발을 신는다. 낯선 곳에 조금씩 정을 붙이는 따뜻한 긴장감 덕분에 나는, 여행이 정말 좋다.


며칠은 마음이 조급했다. 노트북 바탕화면엔 파일들이 어질러져 있었다. 그러다 언제 그곳에 두었는지 모를 사진을 클릭했다. 거기엔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앞 뒤로 떨어져 있는데 걸음의 리듬이 같았는지, 같은 모습이었다. 이때 우리는 바다를 찾아가는 길이었나, 아침을 먹으려고 가던 길이었나. 휘적휘적거리던 그 시간이 좋아서 계속 사진을 찍었었다.


내 일상에 긴장만 있고, 따뜻함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내내 꽉 움츠러들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걸음처럼 그저 매일매일 곱게 보내면 되는 것을. 따뜻함이 피어오르는 순간, 빼곡한 일상도 여행처럼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은 마감의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