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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 Aug 28. 2020

비가 왔고, 반짝였고, 그런 오후

이런 일상이 그리웠을까 

오랜만에 책을 주문했다. 


독서토론 책 <남한산성> 문요한 작가님 책 <오티움>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 궁금했던 고종에 대한 <이경 고종황제> 


잡지사에서 일할 땐 마감하고 서점에 가서 시집 한 권 씩을 골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낱말을 찾는 것, 줄 칠 문장을 찾는 것이 재미있었다. 


동네 서점에서 시집 3권과 두꺼운 소설 1권을 빌려 놓고, 소설은 아예 펴보지도 못했다. 주인장 말로는 한번 펼치면 술술 읽히는 소설이라고. 긴 시간을 두고 읽기 위해 책 원고 마감이 끝나기를 벼르고 있다. 동네 서점에서는 한 달에 1만 원을 내면 주인장 보유의 책을 권 수에 상관없이 빌려준다. 빨리 네 권을 읽고 안주와 술을 사들고 찾아가야 하는데- 


저녁 무렵, 동네 카페에 왔다. 마감이 3일 남았는데,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와 따뜻한 대화를 하고 싶다. 낯선 이와의 대화에서 따뜻한 문장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나는 가끔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걸지도 모른다. 


아침에 빈둥빈둥 누워있는데 S선배에게서 폭탄 같은 톡이 쏟아졌다. 빨리 떨치고 일어나라는 것. 언제까지 그렇게 의지하고 있을 거라고. '팩폭'이라 나는 가만히 우두둑 쏟아지는 톡을 보고만 있었다. 망치로 땅- 맞은 느낌. 온종일 그 생각에 머물다가 화분에 물을 주었다. 마음이 한결 나아졌고, 그 말들이 나를 향한 진심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오늘은 일 년 전에 갑작스레 하늘로 간 친구의 기일이다. 보고 싶은 친구. 지금 내 앞에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친구다. 아무렇지 않게 내 앞에서 짠~ 하며 웃을 것 같은데. 


3일, 좋은 글이 나올까. 좋은 글보다 늘 고민이었던 '솔직한 마음'이 글에 스며들까. 나는 조금 더 솔직해져야 한다. 차가운 마음도 거침없이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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