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어디든 다음 역까지 걸어가야겠다, 천천히
8월 27일 목요일 저녁,
아침에 산에 가는 것도, 매일 책 한 권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다.
혼자 있어도 기분이 많이 다운되지 않는다.
매일 비가 와도 기분이 많이 나빠지지 않는다.
집에 있을 땐, 늘 넷플릭스를 틀어 놓는다.
<청춘시대 1,2>를 다시 보며 글을 쓸 용기를 얻었고,
<야식남녀> <식샤를 합시다2>를 보며 잃었던 입맛을 찾았다.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며 명랑해지는 법을 알게 되었다.
<미스터 션샤인> <킹덤 1,2>를 보며 감탄하고 감탄했다.
조만간 이사를 간다.
이 동네를 떠나는 게 아쉬워 2년 만에 맛집을 찾아 혼밥을 시작했고,
새로 생긴 카페에 단골이 되었다.
동네 서점 주인과 술을 마시기도 했다.
코로나로 약속들이 다 깨졌다. 우울함을 말하고 나면 좀 괜찮아지는데,
만남들이 미뤄지면서 다시 혼자가 되는 시간이.
그냥 잊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별로 중요하지 않는 기분이 든다.
상황 때문인 것을.
대단한 충격이나 아주 나쁜 일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온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내 경우는 가벼운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생각할 때가 많다.
달리고 있는 기차에서 혼자 뛰어내린 느낌.
떨어진 곳이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