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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18. 2021

안개속에서 걷는 산길

9구간 (4.3)


비는 오지 않지만 하늘은 구름이 가득하다. 많은 비가 올 것 같지 않아 길을 나섰다. 대평포구에서 바로 몰질 입구로 들어선다. 몰질이란 말을 몰고 올라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몰질을 오르면 깎아지른 절벽인 박수기정의 정상에 오른다. 박수기정은 바가지로 먹는 박수가 나오는 높은 벼랑이라는 뜻이다. 박수기정 위는 널따란 귤밭이다. 고려시대부터 말을 키우던 곳이었는데. 박수기정을 지나면 화순 포구가 보인다. 화순 포구에는 화력발전소가 있다. 화순 포구 쪽으로 내려가다가 길은 오른쪽 월라봉으로 이어진다.


월라봉은 다래 오름이라고도 한다. 좁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월라봉 정상 바로 아래에 닿는다. 낮은 구름이 울라봉을 휩싸고 있어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다. 정상 바로 아래를 지나는 이 길에는 동굴이 여러 개 있다. 일본군이 화순으로 상륙하는 미군을 막기 위해 포를 설치하기 위해 만든 동굴이다. 화순 포구를 향한 동굴 입구는 내부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인적이 없고 안개까지 자욱한데 동굴을 들여다보니 오싹한 느낌이 든다. 동굴을 만든 동기도 그렇지만 이걸 만들고 여기에서 젊은 시절의 한때를 보낸 이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저 비 맞고 서있는 안내판에 한 줄 그들의 삶이 남아 있을 뿐이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비는 계속 내리고 길이 미끄럽다. 안덕계곡 쪽으로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진모루 동산을 지나면 바로 창고천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화순 포구로 향하는 4차선 대로다. 차가 거의 없는 이곳에 왜 이렇게 넓은 길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포장길을 따라가면 화순 포구 주차장이 나온다. 짧지만 산길만 걸었던 오늘 걷기를 화순포구에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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