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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20. 2021

풍경과 역사를 지나 제일 낮은 섬까지

10, 10-1구간 (4.5)


며칠 만에 날씨가 좋아졌다. 오늘은 화순항에서 걷기 시작하였다. 화순항은 월라봉과 산방산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포구다. 금모래 해변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항구였지만 화력발전소와 기형적으로 큰 방파제가 생겨 지금은 아름다움이 사라져 안타깝다.


화순항이 끝나는 지점에 썩은 다리가 있다. 해변의 용암이 썩은 것 같다고 하여 썩은 다리라고 하고 사근다리라고도 한다. 사근다리가 있는 해변을 지나면 숲을 지나 모래와 돌밭이 이어진다. 돌밭을 겨우 지나면 산방산 바로 아래로 길이다. 산방산의 깎아지른 절벽이 바로 올려다 보인다. 길가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에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경관이 좋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산방산 밑을 지나면 나무 데크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선다. 좌측으로 멀리 박수기정과 월라봉이 보이고 우측으로 송악산이 보인다. 바다 위에는 형제섬이 지척에 있고 가파도와 마라도도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삼방산은 육중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다. 날씨가 좋아 수평선이 칼로 벤 듯 하늘과 경계선이 뚜렷하여 바라보는 마음이 시원하다.


전망대를 내려서면 하멜 기념탑이 있고 여기서부터는 용머리해안이다. 바위가 용이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머리 해안을 지나면 사계포구가 나타나고 사계포구에서 송악산 까지는 차도를 따라 걷지만 바다경치가 좋아 지루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 나서기에 좋은 길이다. 날씨가 좋아 해변을 걷는 사람이 많다.


송악산 주변에는 언제나 관광객이 많다. 송악산 입구 산책길에서 제주도 남쪽 해안과 한라산이 한눈이 들어와 해변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놓은 산책길을 따라 남쪽 모퉁이로 가면 마라도와 가파도가 지척에 보이고 서쪽으로 돌면 모슬포와 대정읍이 보인다. 송악산을 한 바퀴 돌아 나와 길을 건너고 바람의 언덕을 올라 숲 속으로 들어서면 솟알오름이다.


일본군이 만든 고사포 진지가 오름 정상에 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6.25 당시 민간인을 학살한 장소가 나온다. 지금은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솟알오름 뒤편 넓은 평야에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만든 비행장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일본군은 이곳에 40만 평의 규모의 비행장을 건설하고 상해지역을 폭격하는 근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격납고와 관제탑 흔적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 밭으로 변했다.


밭 사이로 난 길을 지나 해변으로 나가면 하모해변이고 모슬포항이 해변 끝에 있다. 예약을 안 했는데 마침 빈자리가 있어 가파도로 가는 배를 탔다. 시간이 넉넉해 내친김에 가파도 일주를 하기 위해서다. 배는 15분 만에 가파도에 도착했다. 가파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낮은 섬이다. 해발 20미터밖에 안된다. 제주도는 한라산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섬이다. 제일 높은 섬과 제일 낮은 섬이 제주도에 함께 있다.


보말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해안을 따라 섬 일주를 나섰다. 해안을 따라 반대편까지 갔다가 섬 중앙으로 들어와서 8자를 그리며 반대편 해안을 따라 다시 섬 끝까지 갔다. 거리는 4km 정도,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조금 더 걸린다. 섬 안에는 청보리밭이 많다. 파란 보리밭 너머로 한라산과 삼방산이 그림같이 보인다. 파란 수평선과도 잘 어울린다. 섬 일주를 마친 후 선착장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시 페리에 올랐다. 모슬포항에서 10구간 종점인 하모 체육공원까지 더 걸어 오늘은 2개 구간 걷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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