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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명환 Oct 30. 2017

한국 스타트업, 시작은 쉬워졌으나 성공은 더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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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컨설턴트의 IOT JOURNAL ASIA 인터뷰 내용 발췌


Q. 브런치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글들을 잘 읽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 양적 팽창은 했으나 질적 팽창은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셨는데요. 지금 시장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A. 국내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분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IT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워하였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펼쳐졌죠. 하지만 경쟁은 그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습니다. 시작이라는 진입 장벽은 낮아졌으나 성공이라는 진입 장벽은 과거보다 몇 배는 더 높아진 것이 현재의 스타트업 창업의 현실입니다.


스타트업을 포함해 창업 기업의 70%는 3년 내 실패합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소위 성공한 스타트업은 극소수이며, 창업한 지 1년이 지나도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은 부지기수입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작은 실수 하나가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원 한 명 잘못 채용해도 망하는 것이 스타트업입니다. 스타트업의 실패 요인에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죽음의 계곡이라 일컫는 시기(평균 창업 후 3년 차)에 발생하는 자금 경색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파트너와의 성격 차이, 생활의 불균형에서 오는 건강 문제, 고객 커뮤니케이션 문제, 이기주의, 마케팅 무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만나본 많은 창업자들은 사업에 매우 열정적입니다. 반면 아이템 개발 능력, 즉 전문 기술을 보유한 창업자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창업자가 반드시 개발자일 필요는 없지만 열정만 가지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가 되는 것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철저하게 준비하는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와 닿습니다.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이 IT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접목했을 텐데요. 무제는 소비자가 관심 가지고 살 수 있는 제품 수준이냐는 것입니다.


A. 최첨단 기술에 이끌려 구매하는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카카오톡만 사용하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스마트워치도 출시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모든 사용자가 헬스케어 기능을 완벽하게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대기업은 수익이 당장 나지 않더라도 선두자의 위치를 점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모든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을 필요로 하는 작은 타깃 시장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타깃 시장을 찾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능을 포함한 제품(MVP)을 시장에 빠르게 출시하여 시장의 반응을 검토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발뮤다는 1인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현재 사양산업이라 일컫는 소형 가전 시장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린팬'이라 불리는 선풍기는 최첨단 IT기술이 접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50만 원에 달하는 매우 빘나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은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제품 개발에도 대부분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제품이 필요한 시장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 IT기업의 경쟁자는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들이 점령하지 못한 니치 마켓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소비자에게 관심을 얻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Q. 스타트업들의 수준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한국 시장 환경도 살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스타트업이 한 번 실패하면 희생할 수 없는 구조여서 도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부 지원 정책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실제 스타트업을 잘 성장시키고 있나요?


A.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다수는 우리나라가 창업하기 매우 힘든 구조라고 얘기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관련 규제들로 인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아직까지 제약이 많은 편이라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정부지원제도는 미국, 중국 못지않게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습니다. 자금 지원, 창업 교육, 컨설팅, 사무실 제공, 메이커 스페이스, R&D 지원 등 창업에 필요한 각 분야별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창업환경으로 창업 초기 투자나 융자를 받지 않더라도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뛰어나면 정부 지원만으로 충분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창업 초기에 많은 지원 사업이 몰려있고 자금 경색이 시작되는 3~5년 차의 창업 중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편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스타트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부는 중복되는 창업 초기 지원을 줄이고 창업 중기 스타트업에 대한 균형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면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Q. 기업의 지원(투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A. 동반성장이라는 것을 목표로 대기업에서는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지역 거점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지역 스타트업 육성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와 지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M&A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력 빼가기, 기술 탈취 문제 등은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테두리가 먼저 마련돼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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