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찐다는 건.

by 마루

오랜만에 본 선배가 살이 좀 붙은 거 같다고, 얼굴이 동글해졌다고.

늘 보는 나는 잘 못 느꼈지만 집에서 입는 평상복 티셔츠가 좀 붙는듯한 느낌은 얼마 전부터 있긴 한 듯.

어릴 땐 살이 찌면 나이 들어 보이고, 나이 들어 살이 빠지면 오히려 더 들어 보이고,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내가 20대 한창 일에 찌들어있을 때였다.

회사가 영업조직이고 나는 관련 사무를 봤고, 매달 월말은 실적 마감날이라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시절이었다.

늘 저녁밥은 늦고, 야근에 버티려고 먹은 간식은 나의 뱃살을 편안하게 늘려줬다.

조금씩 찌는 살을 인지 못한 사이 어느덧 나는 내 살이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 슬픔을 느꼈던 날.

회사에서 일일 군대 체험을 했다.

지금은 장소가 어디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pt체조에, 화생방 훈련, 사격까지.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상한 냄새나는 밥도 감사히 먹었다.

그런데 오후 훈련에 결국 나의 훈련복이 엉덩이 부분에 공기구멍을 내려고 소리 내기 시작했다.

헉. 안돼.. 쪼그리고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참상을 막아냈다.

겨우 체험을 마치고 나의 옷으로 갈아입으며 나의 절박한 방어에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슬프고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다이어트는 시작되었고 그 험난한 길에서 잦은 실패로 인한 요요와 싸우기가 더 벅찼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첫 직장을 그만둔 이후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역시 스트레스도 살이 된다는 건 진실이라고 설파하고 다녔다.

지금은 정상 체중에서 왔다 갔다 하지만 요즘 들어 다시 살들이 통제를 벗어나려 한다.

이것들을 다시 다잡고 잔소리해야겠다.


다들 건강한 통통생활을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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