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길을 잃다.

by 마루

산에서 길을 잃어 본 적 있는가

티브이 예능프로를 보는데 등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2년 전 왔던 산을 다시 왔는데 등산로가 명확하지 않아 길을 잃은 적도 있다는 말에 문득 예전 기억이 났다.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네.

친한 친구의 언니와도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 가을날 언니와 가벼운 등산을 하기로 했다.

산 중턱쯤 있는 절까지 목표로 출발했다. 대충 2시간가량 걸린다.

거기까지 가면 내려올 때는 옆의 다른 길로 하산하면 커다란 절로 통하는데 그럼 관람료를 안 내고 그냥 구경할 수 있다.. 이 등산의 덤 같은 재미랄까.

등산로라는 표지를 보고 열심히 올라갔다. 그러다 중간쯤에서 어떤 아주머니를 만났다.

본인은 주에 몇 번씩 여길 오르내린다고 갈림길에서 한쪽으로 알려주며 덜 힘들고 더 빠르게 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고맙다고 하고 그 길로 갔는데 어느 순간 길이 끊겼다.

헉~~

갑자기 길은 없어지고 나무가 있는 비탈길만 쭉 보인다.

언니는 잠시 있으라고 하고 한 살이라도 젊은 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범한 등산로가 전혀 안 보인다.

어쩌나..

무작정 비탈길로 더듬더듬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계곡 물소리가 들리고 사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 보인다. 물소리도 사람소리도 들리기는 하는데 보이질 않는다.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식하게 직진만 했다.

그러다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계곡물이 보였다.

아~ 그때의 기쁨이란.. 아직도 저릿하다.

물을 건너니 우리가 목표했던 절이 바로 보였다.

우린 어디서 헤맸던 걸까.

절 툇마루에 앉아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쉬었다가 하산하기 시작했다.

큰 절로 들어가서 다시 사찰 구경하고 주변 산책하며 수다 떨다가 귀갓길에 올랐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순간적으로 혼란스럽다.

다행히 일행이 있으니 의지가 되었지만 혼자였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음부터는 누가 뭐라던 등산로 표지판만 보고 가자고 서로 다짐했다.

얼마나 일찍 가겠다고 남이 알려준 편하고 빠른 길로 갔다가 오히려 힘들게 헤매기나 하고.

좀 더 걸려도 주어진 길로 가야겠다. 안전하게.

낯선 곳에서는 안내판을 절대 무시해선 안된다.

삶의 길에서도 이걸 꼭 기억하고 가면 적어도 구덩이나 턱을 피하지 않을까.

다들 그나마 평탄한 길로 걸어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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