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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우 Aug 23. 2024

집주인할머니가 1층세입자를 내보낸 사연

빌라주인의 수고스러움을 보다 

사진은 실제인물과 관련없음

세면대를 연결해주는 호스가 낡아서 그런지 떨어졌다 

세탁기도 물이 새서 집주인 분에게 연락을 했다 


바로 전화가 오더니 

집에오면 연락달라고 했다 


집주인분은 우리집 바로 옆에 산다. 

전화하니 메리야스 바람의 할머니가

바로 문을 열고 우리집으로 오셨다


봉은사에 가려다가 세면대호스 교체해달라는 

메세지를 받고 바로 집에 왔다고 했다


집주인은 목욕탕에서 앉을 때 쓰는 의자와 호스

그리고 잡다한 것들을 버릴 검은 비닐봉지를 가지고 왔다. 


먼저 세탁기를 연결하는 호스가 제대로 장착이 안되있는걸 점검하셨다.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는 공간이 좁아서 

호스있는곳에 접근하려면

세탁기를 밀어야했다. 


밀었으나 여전히 뒤쪽에 들어가려면 비좁았다

다행히 집주인분이 날씬한 편이라 어찌어찌 좁은 틈으로 들어갈수있었다 


세탁기 뒷편은 매우 지저분했다 

이사올때부터 더러워서

사실 그냥 놔두고 있었다. 


집주인은 나에게 물티슈를 가져오라고 하시더니

손수 다 깨끗이 닦으셨다. 


'내가 무릎이 안좋아'라고 하시길래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제가 할게요' 라고 했는데

괜찮다고하시곤 혼자 다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강남의 주택건물을 소유하고있어서

단순하게 부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수고스러움은 내가 보지 못했구나 싶었다. 


세탁기 호스문제를 클리어 하시고

가져온 목욕탕 의자를 화장실에 놓고 앉아 

화장실 세면대의 호스를 갈아 끼우셨다. 


작업을 하시며 최근에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셨다 

여기 빌라 앞에는 6대정도의 차를 댈수있는 공간이 있다. 


어느날 거주자가 아닌 사람이 빌라 앞에 계속 주차를 하는걸 발견했다. 

보라색 경차였는데, 차주인에게 여기에 대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20대로 보이는 보라색 차주남자는

 '103호 사는 사람이 여기다 대라고 했어요, 왜요?! 뭐가 문젠데요?'

라고 소리를 지르며 눈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집주인분은 무서웠지만, 여기는 대면 안된다고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라색 경차는 그 후로도 계속 주차를 했고그때마다 

같은말을 5-6번을 말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보라색 경차 차주가 또 주차를 하고 있길래

집주인은 사이드미러를 살짝 치면서 여기 대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보라색 차주는 다시 언성을 높였고, 

결국엔 경찰까지 불렀다고 한다. 


신고내용은 어떤 할머니가 자기 차를 부수고 있다고 거였다고 한다.


경찰이 왔고 차를 보니 파손된 곳은 없어서

이상함을 느끼곤 중재하고 갔다고했다. 


집주인분이 말하길 20대 남자가 그렇게 언성을 높이니 정말 무서웠다고, 

'언니 내가 나이가 80이야' 라고 말씀하셨다.


알고보니 103호에 사는 남자가 그 보라색 차주에게 

주차공간을 주고 주차비를 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돈버는 건 생각지 못했는데 신선한 방법이다. 


집주인분은 추가로 

103호 남자가 1층에 있는 전체 계단의 불을 켜놓는 스위치 버튼을 계속 꺼서 

고장난지 알고 고쳤는데, 알고보니 103호 남자가 그랬다는 매우 난감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집주인분은 보라색 경차 사건 이후로 

무서워서 103호 남자를 내보내고 싶었다고 한다. 


103호에 사는 남자는 배달일을 하는 오토바이 타는 분이었다고 하는데, 

집주인의 남편은 내보내는걸 반대했다고 한다.

젊은 친구가 열심히 사는데 나가라고 해야겠냐고 했다 한다.


하지만 집주인 분이 내가 너무 무서워서 안되겠다고, 

나에게 폭행을 가하기라도 하면 어떻하겠냐고

강력하게 말했다고 한다.

결국 집주인은 103호 분에게 

'우리인연은 여기까지' 인거 같다고 했고

그 분은 알았다고 하고 나가셨다고 한다. 


여기 세입자들에게 월세 받으면 노후걱정은 없겠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집주인으로서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었을거 같기도 하다 

다른 관리인을 한명 둬도 될텐데 직접 다 하시는건 이유가 있겠지.


앞으로는 세입자도 지킬건 지키는 사람을 받아야 할거 같다

어느정도 필터링이 되면 좋을것 같다. 

기본 규칙을 준수하고 공동체생활을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으로 말이다. 

어떻게 가리지?


아무튼 집주인 분이 바로 와서 맥가이버처럼 세탁기랑 세면대를 고쳐주고 

휘리릭 떠나버리시니 참 든든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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