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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un 13. 2021

정신과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입니다

엄마와 아빠는 이렇게 다르다

   엄마는 아기랑 하루 종일  하고 지낼까? 아기가 누워만 있어 따로  일이 없어도 엄마는 아기 곁을 떠나지 않는다. 종알종알 말하고 노래를 부르고 아기가 좋아한다면 춤추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없나 확인하고, 아기가 자면 밀린 집안일을 한다. 엄마는 종일  틈이 없다. 아기가 기기 시작해서 활동 반경이 확장되면 엄마는 핸드폰은커녕, 화장실 가는 것도 자유롭지 않다. 화장실 문을 닫으면 아기가 대성통곡하니 문을 열고 일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밥은 어떨까? 그나마 낮잠을 많이 자는 갓난아기 시절이 지나면 밥을   먹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낮잠 시간을 틈타 도둑처럼 먹거나, 타이밍을  맞추면 옆에 앉혀놓고 과자나 밥풀떼기를 하나씩 입에 넣고 달래며 밥을 마신다. 당연히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턴 시절 생활 수칙은 '먹을  있을  먹고   있을  자라'였다. 언제든 전화기는 울리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생긴 후루룩  먹는 습관은 전문의가 되고 품위가 생기며(?) 많이 좋아졌는데, 어렵게 쌓은 식습관은 출산 후 도로 인턴 때로 돌아갔다.


  그래서 엄마는 아빠의 퇴근 1시간 전부터 행복하다.  씻을  있다, 화장실에   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있다.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있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주말이 가까워오면 더욱 기쁘다. 한두 시간 정도  틈이 생기겠구나, 기대에 부푼다.


  그렇다면 아빠는 아기를 어떻게 볼까?


  아빠는 아기를 '본다.' 정말  그대로 '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아기가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핸드폰을 본다. 아기가 졸려하면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본다. 아빠는 '본다'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아빠가 아기를 싫어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아기를 본다' 말은 아빠와 엄마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래서 아빠에게 아기를 맡길 때는 ' 시에  먹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놀아주고, 뭐는 하지 말고'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는 것이 엄마와 아빠 마음이 편하다. 나는  진리를 늦게 깨달아 한동안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친절하게 알려주고 잘한 것을 칭찬할수록 아빠는 육아에 자신감이 생기고 능숙해진다. 그러다 보면 아빠가 엄마보다 잘하는 영역이 생긴다. 가르칠 때는  귀찮아도,  가르쳐 놓으면 이만큼 든든한 아군도 없다.


  맞벌이 쌍끌이를 하다가 내가 휴직을 남편의 경제적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퇴근하면 아기 '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던 남편에게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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