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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Mar 27.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64.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어요

  몸과 마음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어떠신가요?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하고 기운이 없을 때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집니다. '옷깃만 스쳐도 아플 정도로' 피부 감각도 예민해지고, 평소 잘 먹던 음식도 소화해내지 못합니다. 평소에 하던 일만 하는데도 에너지를 훨씬 많이 쓰게 되고요. 그러면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들이 마음이 콕콕 박히고 상처가 됩니다. 감기에 걸렸을 뿐인데 기분이 울적하고 내편은 하나도 없는 기분이 드는 이유입니다.


  마음이 아프면 어떨까요? 기분이 평소 같지 않다면, 갑자기 불안해진다면, 아주 충격적인 일을 경험한 후라면 우리의 모든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똑같이 '옷깃만 스쳐도 아플 정도로' 피부 감각도 예민해지고, 평소 잘 먹던 음식도 소화해내지 못합니다. 통증에 대한 역치가 낮아진다고 표현하는데요, 평소와 다름없는 자극이 '아프게' 느껴져요.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괜히 남들이 나를 비웃거나 뒷담화하는 것은 아닌지 시선을 신경 쓰게 됩니다. 이럴 때 이명이 들리거나 대상포진이 오기도 하지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소화가 안 돼서 내과에 가고, 통증이 심해져서 통증의학과에 갑니다. 몇 주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다면 주치의 선생님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아보라'라고 권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정신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내외과적으로 제대로 된 검사와 치료를 받은 후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합니다.


  또한 내외과적 질병으로 인해 마음이 함께 아플 수도 있어요. 특히 만성 콩팥 질환, 척추협착증과 같은 통증이 심한 질환, 소아기부터 앓아온 만성 신체 질환이 있다면 질병의 직접, 간접적 영향력이 마음에도 미치게 됩니다. 의지가 박약한 것이 아닙니다. 특정 영역에 에너지를 쏟고 있기에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간호와 위로입니다.


  '절대 마음의 문제가 아니야' 혹은 '절대 몸이 아파서 그런 게 아니야. 내가 게으른 거야'라고 애써 반대편을 외면하는 것은 나를 위한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혹시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닐까?' 반대로 '혹시 몸이 아픈 것을 마음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처럼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러한 마음을 관찰할 기회를 가져볼수록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집니다. ‘또 다른 문제를 들여다보기 싫은 마음‘이 문제는 아닌지 약간 먼 시선에서 스스로를 관찰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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