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엄마, 산후조리원에 가지 마세요.'

by 마루마루

출산을 앞두고 가장 공들인 작업은 내가 산후조리원에 가야 하는 이유를 첫째에게 인지시키고 그 기간을 잘 보내도록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여기서의 '잘'은 엄마가 첫째가 밉거나 화가 나서 첫째를 두고 떠난 것이 아니라, 동생이 태어나는 과정의 하나로 엄마가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간다는 것을 이해하고 주변 어른들과 편안하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준비를 시킨다고 시켰는데 아이는 '잘'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첫째를 낳고 지냈던 산후조리원 근처를 지나갈 때 처음으로 산후조리원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가 00이를 낳고 병원에서 지내다가 이 근처에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왔어. 산후조리원은 아기를 낳고 나서 몸을 회복하는 곳이야. 거기서 00이랑 엄마가 2주 동안 잘 지냈단다. 그래서 00이 동생을 낳고 나면 엄마는 또 산후조리원에 가야 돼. 아기를 낳고 나면 몸이 많이 아프거든. 그러면 산후조리원 선생님들이 엄마랑 00이 동생을 잘 보살펴준단다. 그동안 00이 잘 지내고 있을 수 있지?'

'안 돼요 엄마. 산후조리원에 가지 마세요.'


이때부터 시작된 '엄마, 산후조리원에 가지 마세요'는 생각보다 오래, 아이를 사로잡았다. 사랑 그릇이 다른 아이들보다 큰 기질 탓일까, 일하던 엄마가 집에 있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집을 비운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일까, 출산을 하기 전부터 아이는 '엄마, 산후조리원에 가면 안 돼요. 동생 오지 말라고 하세요'를 종종 이야기했다.




기어이 나는 출산을 했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이전 글에서 썼듯이 첫째는 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많이 아팠다. 단지 아픈 것이 아니라 어딘지 얼이 빠진 아이처럼 보였다. 산후조리원에서 통화를 할 때마다, 그리고 아이를 만날 때마다 '00아, 엄마는 00이가 미워서 산후조리원에 간 게 아니야. 엄마가 아기를 낳고 아파서 치료받으러 간 거야. 엄마는 00이를 너무너무 사랑해. 얼른 회복해서 함께 지낼 시간을 기다리고 있단다.'라고 말해주었으나 아이는 시종일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눈 맞춤이 되지 않고 얼이 빠져 있었다. 그야말로 공허 그 자체였다.


모든 아이들이 엄마의 산후조리원 행을 이렇게 힘들어하는지는 모르겠다. 첫째는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다. 옆에 사람이 있어야 잠을 잤으며, 사람을 좋아하지만 엄마를 떠나는 것은 언제나 싫어했다. 특히 밤잠은 다른 누구와도 자려고 하지 않아 나는 지방 학회나 출장에 가도 늦은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고, 아이는 내가 아무리 늦게 와도 기다렸다가 나와 함께 잤다. 하루종일 시터 이모님과 있어도 주양육자가 나였고, 아빠와 가끔 여행을 가면 하루종일 잘 놀아도 잘 때는 꼭 엄마를 찾는 아이였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아무리 많이 설명해 줬더라도 이런 기질을 첫째에게 엄마의 출산과 산후조리원 행은 그야말로 엄마가 '죽은' 것과 다름없이 느껴졌을 것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첫째는 '엄마 이제 산후조리원에 안 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했다. 그런데 질문을 할 때 눈치를 보고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정말로 갈까 봐 두려운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응, 이제는 절대로 안 가. 00이가 엄마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잘 기다려줘서 엄마가 건강해졌기 때문에 더 안 가도 된대.'라고 대답해 줬다. 그래도 썩 안심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후로도 뭔가가 두렵거나 엄마가 떠날 것 같을 때는 꼭 '엄마, 산후조리원에 안 가요?' '안 가죠?' '가지 마세요'라는 말을 꼭 했다. 아이에게 산후조리원은 엄마를 빼앗는 곳으로 각인된 듯했다.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도 갑자기 '엄마, 산후조리원에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사고의 흐름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물어봐도 그냥 한 말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본인도 알기가 어려운 듯했다.




둘째, 혹은 그 이상의 다둥이 엄마에게 조리원 행은 사치일까? 우리 집 같은 (아이가 엄마에게 애착이 강하고 엄마를 대신해서 봐줄 부양육자가 마땅치 경우, 아이의 감성이 예민하고 기억력이 좋아 뭐든지 잘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는 경우 등) 상황이라면 안타깝지만 '조금 무리'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아이의 마음속에 소화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 마음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편히 쉬지 못했다. 조금 더 나와 아이를 돌아보고 판단했어도 좋았을 텐데, 엄마와 남편의 강력한 지지만으로 선택한 것이 후회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가 산후조리원을 해석하는 방향은 달라질 수 있을까. 다행히 다시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는 산후조리원 근처에 가면 '여기가 엄마가 있던 산후조리원이었지?'라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자신의 방식으로 결국은 모두 소화해 낸다. 그러나 그때의 '버림받은 (듯한)' 감정적 고통은 살갗 밑 어딘가에 스며들어 비슷한 상황마다 과도하게 각성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산후조리원, 그리고 버림받음에 대한 아이의 예민함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잘 돌보고 달래는 튼튼한 마음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